가슴 두근거리고 어지럽고 호흡곤란 생기는 ‘심방세동’ 92.8%가 몰라

입력
2022.03.07 20:30
수정
2022.03.08 22:0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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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심재민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심재민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가슴 두근거림과 호흡곤란 등이 나타나는 심방세동 증상을 알아채지 못해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심재민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가슴 두근거림과 호흡곤란 등이 나타나는 심방세동 증상을 알아채지 못해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부정맥(不整脈ㆍarrhythmia)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은 사람도 부정맥이란 질환을 아는 경우는 15.4%에 그쳤다(대한부정맥학회, 2019년 조사). 특히 부정맥의 가장 흔한 유형인 심장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심방세동(心房細動ㆍatrial fibrillation)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7.2%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거의 대부분이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 등 일상 속 부정맥 증상을 무심결에 지나치게 마련이다. 부정맥은 치료 후에도 재발이 잦아 1년에만 2~3차례 시술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면서 시술이 해마다 늘고 있다.

‘부정맥 치료 전문가’인 심재민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를 만났다. 심 교수는 “뇌졸중 발병 원인의 20%가 심방세동 때문일 정도로 심방세동은 ‘뇌졸중 주범’이지만 증상을 거의 느끼지 못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했다.

-부정맥은 왜 생기나.

“심장은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펌프 역할을 한다. 심장은 전기신호를 통해 규칙적으로 수축ㆍ이완을 반복한다. 부정맥은 심장의 전기 흐름이 뒤엉킬 때 발생한다. 심장박동을 위한 전기 자극이 되지 못하거나, 자극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규칙적인 수축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심장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거나 늦어지게 된다. 이것이 부정맥이다. 특히 심방이 제대로 뛰지 못하고 파르르 떨리기만 하는 심방세동은 매우 위험한 악성 부정맥에 속한다. 부정맥은 선천적으로 비정상적인 전기전도 조직을 가지고 있거나, 후천적으로 심장의 전기전도 시스템이 손상돼 생길 수 있다.”

-심장이 두근거리면 부정맥인가.

“부정맥 증상은 무증상부터 실신이나 심장 돌연사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가장 흔한 증상은 심장 두근거림(心悸亢進ㆍpalpitation)이다. 그러나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는 사람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부정맥이 생기면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면서 심장박동을 느끼고 가슴의 두근거림을 호소한다. 여기에 어지러움, 가슴 불편감, 호흡곤란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맥박이 불규칙한 경우 맥이 건너뛰는 증상이나 덜컹거림이 느껴지고, 지나치게 느려지면 실신할 수도 있다.

운동 직후나 흥분된 상태에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정상이다. 다만 증상은 부정맥 종류와 환자의 심장 질환 등에 따라 개인차가 심하므로 정확한 진단은 증상이 있을 때 심전도검사로 알 수 있다. 심전도검사는 심장의 전기 현상을 인체 표면에서 기록한 것으로, 부정맥 진단에 필수적이다. 환자 대부분은 증상이 나타나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병원을 잘 찾지 않아 병을 키울 수 있으므로 두근거림 외에 다양한 증상이 동반되면 빨리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커피ㆍ술ㆍ담배로 인해 부정맥이 생길 수 있나.

“건강한 성인이 마시는 커피의 카페인 용량으로는 부정맥이 생기지 않는다. 다만 카페인으로 심장이 자극돼 심박수와 심근 수축력이 늘어나 두근거림이 잘 느껴질 수 있다. 반면 과도한 음주는 부정맥을 증가시키며, 술 종류와 관계없이 3잔 이상(알코올 36g 이상) 마셔도 부정맥 발병 위험이 1.5배나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담배에는 니코틴 성분이 있는데, 니코틴은 심장세포에 직접 작용해 부정맥을 발생시킬 수 있다. 특히 유전성 부정맥 가족력이 있다면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심전도검사나 심장 기능 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해야 조기 진단ㆍ예방하며, 돌연사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부정맥 진단과 치료법은.

“부정맥은 만성이든 급성이든 간에 진단에 별 차이가 없으며 우선 심전도검사가 기본이다. 또한 정밀한 치료를 위해 전기 흐름을 고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게 하는 3D 매핑(mapping) 장비가 필요하다. 외부에서 전기신호를 보는 것보다 심장 자체에 카테터를 꽂으면 정확한 관찰이 가능해지며, X선 영상만 보면서 시행할 때는 볼 수 없었던 구체적이고 명확한 질환 위치를 찾아 재발 확률을 낮추고 최적의 치료를 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전기생리학 검사와 전극도자절제술을 한다. 부정맥 원인 부위를 찾아 고주파 열로 치료하는 것이다. 심실빈맥ㆍ심실세동 같은 악성 부정맥이 발생하면 순간적으로 심장 기능이 완전히 정지돼 돌연사할 수 있기에 자동으로 감지해 전기 충격을 내보내는 제세동기(除細動機)를 삽입하는 수술을 진행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부정맥센터는 국내 최초ㆍ최다 시술로 유명한데.

“우리 부정맥센터는 특히 난치성 부정맥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전기생리학검사 및 전극도자절제술을 연간 500회 이상 시행하는 등 지금까지 5,000회를 넘겨 국내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심방세동 치료를 위한 전극도자절제술은 1999년 국내 최초로 시행한 이래 2009년 아시아 최초로 단일 기관 1,000차례 달성 등 현재까지 가장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적으로도 최고 수준의 높은 성공률을 자랑한다.

숫자가 증명하는 것은 바로 ‘축적된 경험’의 힘이다. 이를 통해 고난도 시술이 가능하기에 다른 병원에서 해결하지 못한 고위험군, 재발 환자가 많이 찾고 있다. 핵심은 팀 워크(team work)다. 부정맥 시술은 ‘좋은 의사’ 한 명이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매핑 기기를 조작하는 오퍼레이터부터 방사선사, 간호사, 의료기사의 축적된 경험이 한데 어우러져야 좋은 시술 결과가 나온다. 오랜 기간 같이 일했기 때문에 팀워크가 탄탄하고 죽이 척척 맞는다. 모두 전문가라도 불러도 손색이 없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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