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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치명률, 의도적인 과소평가 위험하다" 전문가들의 '경고'

입력
2022.02.28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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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감염력에 기존 중환자 감염 늘어
이들은 코로나 위중증 통계에 잡히지 않아
위중증 600명인데 병상은 1200여 개 소요
위중증 적어도 사망자는 더 많은 역설 발생

20일 오전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응급의료센터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뉴시스

20일 오전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응급의료센터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뉴시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위중증·사망자 통계 등에서 착시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누차 강조하는 것처럼 오미크론 자체의 중증화율·치명률이 낮은 건 사실이지만, 다른 중증 환자들이 코로나에 확진되면서 코로나 전담 중환자실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종의 '통계상 착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래서 코로나 위중증 환자가 적다고 해서 의료 대응 체계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경고다.

일주일 새 확진자 103만 명… 중환자들 위험하다

27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6만3,566명으로 사흘 연속 16만 명대를 유지했다. 이로써 최근 일주일간 누적 확진자는 103만 명을 넘어섰다. 경기 성남시(93만 명), 고양시(108만 명) 규모의 확진자가 단 7일 만에 생겨난 것이다.

정부는 오미크론의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델타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에 확진자 수 증가에 대해 지나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매일 전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중증 질환을 앓고 있던 환자가 오미크론에 감염될 경우 이들 또한 격리 중환자실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경향이 3월 중순까지 이어진다면 의료 대응 체계가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우려다.

코로나 중환자 병상 절반은 다른 질환 때문

이는 코로나 위중증자 수와 가동 중인 중환자 전담 병상 수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날 정부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 위중증 환자는 663명이다. 하지만 전국 중환자 전담 병상은 1,214개가 사용 중이다. 위중증 환자에 비해 중환자 전담 병상은 2배나 더 많이 가동 중인데, 이는 중환자 병상에 있는 환자 중 절반 정도가 코로나 자체는 경미해도 다른 중증 질환 때문에 격리 중환자실에 들어와 있다는 얘기다.

확산세가 불어나면 이런 경향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가 주된 병이 아니라 코로나인데 분만해야 하거나, 코로나인데 심근경색이거나, 코로나인데 암이거나, 코로나인데 수술해야 하는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 병원들은 이런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할 만한 시스템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는 분만·소아·투석 환자 등을 위한 인프라 확보에 나섰지만, 의료현장에선 격리 수술실 등을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본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존 질환에다 경증 코로나가 겹쳤을 경우, 이들을 수술실로 옮기는 동선, 수술실 내 읍압시설, 외과 의료진의 보호구 착용 훈련 같은 것들이 모두 미흡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사흘째 16만 명대를 기록한 27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중구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아이를 달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사흘째 16만 명대를 기록한 27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중구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아이를 달래고 있다. 뉴스1


위중증 대비 사망률은 오미크론이 델타보다 많다?

이는 곧 위중증 환자에 비해 사망자 수가 현격히 많아지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하루 사망자가 112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 25일, 재원 중 위중증자는 643명이었다. 델타 변이 유행으로 병상 대란이 일어났던 지난해 12월 22일 10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당시에는 위중증 환자 수가 1,083명이었다.

오미크론의 특징이 치명률이 낮다는 것인데, 위중증자 대비 사망자 수를 따져보면 델타 유행 당시에 비해 오미크론 유행이 2배 가까이 높다. 이는 기존 중환자 중에 코로나에 감염되는 사례가 많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결국 기존 중환자가 오미크론에 감염됐을 때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자료를 보면, 지난주 집단 발생 42건 중 36건이 의료기관·요양시설에서 터졌다. 전북 전주, 전남 나주·목포, 대구, 경북 안동, 부산 등 전국의 요양병원에서 각각 100명 이상의 집단 발생이 생긴 것으로 집계됐다.

오미크론 치명률, 연말까지 지켜봐야

응급이송 체계의 문제는 일선 보건소의 업무 과다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보건소의 중환자 관리 여력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일일이 챙기고 돌봐줄 수가 없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최근엔 보건소도 중환자가 아니면 이송을 해주지 않고 자체적으로 관리하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요양병원 "확진 환자 데리고 가라" 사흘 만에… 환자 사망, 보호자 중태) 이러다보니 중환자실 병상은 여유가 있다지만, 사망자는 되레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중환자 병상 입원 그 자체보다는 에크모 치료를 받는 사람만 '위중증자'로 분류하기 때문에 원래부터 위험성이 과소평가될 가능성이 있다"며 "오미크론의 치명률 또한 확산 초기, 직접적인 치명률만 따지게 되면 오미크론의 위험성이 더 과소평가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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