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차 버리고 도시로 오는 이유... 차 소비에 묻어난 인구구조 변화

입력
2022.03.01 05:40
젊은층 차 덜 사고, 고령층 차 구매 늘어
귀농 선택 시 자차 운전은 필수
의료 시설 부족 등으로 다시 도시로 유턴

편집자주

※우리 사회의 출생아 수 감소와 고령자 수 증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빠릅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인구쇼크’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미래가 예상되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경제학자이자 인구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한국일보>에 3주 단위로 화요일 연재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33>인구 변화가 불러온 ‘이동·주거의 신트렌드’

교통수단과 이동목적이 다양해진 덕에 인구이동은 과거와 달리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전출입 개념을 넘어 국경이동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예전엔 인구이동이 적었다. 농업형 전통사회는 ‘출생지=사망지’가 일반적이었다. 한양행 출셋길이나 유통형 보부상이 아닌 한 움직일 연유는 적었다. 이동해도 끝은 고향 회귀가 보통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워낙 잦아진 사회이동 때문에 인구추계도 복잡해졌다. 정주지역별 인구밀도가 출산수준을 정하고 있다. 보통 인구밀도가 높으면 출산은 적어진다. 인구가 몰린 서울·수도권은 낮고, 농산어촌의 과소지역은 높은 경향성을 갖는 이유다. 도농 불균형과 저출산 기조가 동반 심화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회이동은 개개인의 합리적 판단 결과다. 취업·교육의 청년이동, 의료·간병의 노인이동이 그렇다. 과도한 도심 쏠림이 문제일 뿐이다. 편리해진 이동수단도 사회이동을 부추긴다. 확충되는 대중교통과 일반화된 차량 소유가 사회이동을 추동한다.

빈곤해진 청년, ‘자차 소유보다 현실 타협’

저출산·고령화는 주거·이동의 수요변화를 낳는다. 또 달라진 사회이동은 산업구조를 재편한다.

인구·이동이 증가할 때 자동차는 한국경제의 일등공신이었다. 구매 주역은 2030세대로 고성장이 구매 부담을 덜어줬다. 청년 특유의 선호·상징도 한몫했다.

‘월세→전세→자가’의 내 집 마련처럼 자차 구매도 ‘신차→교체’로의 승급수요가 먹혔다. 1989년 제1기 신도시발 도심에서 교외로의 주거공간 분산배치도 자차수요를 지지했다. 자차보급이 사회이동의 허들을 낮춰주며 시장·기업은 성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심상찮은 변화조짐 앞에 섰다. 청년인구의 감축소비·절약지향이 본격적이다. 인구변화가 빨랐던 일본은 청년인구의 탈(脫)자차화가 추세다. ‘남성+청년’의 주력고객이 미래불안·물욕저하에 시달린다.

페라리를 모르는 2030세대도 흔하다는 말까지 들린다. 차는 이동수단이지 과시 대상이 아니란 인식이다. 월급이 적으니 대출을 일으킬 청년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이동 자체를 포기하진 않는다. 유력 대안은 공유소비다. 소유보다 사용을 우선하는 신소비다. 빌려도 충분한데 세워둘 동기는 없다.

실제 후속세대의 자차구매는 감소세다. 2015~19년 5년간 2040세대 자차구매는 24% 줄어들었다. 83만 대(2015년)에서 67만 대(2019년)로 축소됐다. 2015년 대비 2019년 20대와 30대의 자동차 신규등록은 각각 10.3%와 11.0% 줄었다.

30대는 34만 대에서 25만 대까지 감소했다. 5060세대의 증가세(각각 1.1%·10.1%)와 비교된다. 동일기간 60대는 17만 대에서 23만 대까지 늘었다(국토교통부). 최대원인은 연령별 차별화된 경제력에 있다. 기성세대는 근로·자산소득이 늘었고, 후속세대는 고용·실업불안이 커졌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자동차 등록대수는 다소 늘었지만,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자동차 구매가 아직 정점은 아니다. 미국(1.1명), 일본(1.7명)보다 한국(2.1명)의 자차 보급이 덜하다. 900만 1인가구가 집의 수요를 떠받치듯 독신고객의 잠재력도 기대된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선진국보다 땅덩이가 좁을뿐더러 수도권 인구과밀마저 비정상적으로 높고, 주차난·저성장을 봐도 교체수요 말고는 힘들다는 쪽이다.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는 논외다. 평가를 취합해보면 일시적 반등일 뿐 장기적 추세는 아니란 게 중론이다.

귀농 유턴-박구원 기자


불편해진 노년, ‘차와 집의 맞교환’

반면 고령인구의 달라진 자차수요는 주목된다. 환갑 전후 인구집단의 신차 구입 가능성이다. 미래시장 주력고객은 고령인구다. 조건은 완비됐다. 고성장·고학력을 견인한 소득·자산시장의 큰손 베이비부머(1955~75년생) 1,700만 명이 65세 고령인구로 들어섰다.

20년간 연평균 85만 명의 거대인구다. 상대빈곤율 45%대의 ‘노인=빈곤’이던 그간의 고령시장과는 다르다. 현역 시절 도시화·국제화로 이동을 자주 경험했고 자아성취형 노후 기대마저 본격적이다. 더 늙기 전에 왕년의 꿈을 위해 고가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일본은 베이비부머의 스포츠카 구매가 핫이슈로 부각된다. ‘노후=여행’ 인식도 자차수요를 늘린다. 운전여행은 대중교통보다 여행 풍미를 배가시킨다.

동선 확대·도보 축소는 물론 수납 확대·동반 여행까지 수월해 적극적인 노후여행이 가능하다. 특히 중고령여성의 자차화가 기대된다. ‘고령사회=여성경제’이듯 인구 규모·금전 능력 모두 파워풀하다. 늘어나는 황혼이혼처럼 인생 자체를 즐기려는 욕구는 증가세다. 자금·시간·건강의 3박자를 갖춘 중고령여성의 등장은 자차구매의 여력을 넓힌다. 골목상권의 소매유통 붕괴로 교외의 대형할인점을 찾기 위해서도 자차는 필수다. 60대 일본여성의 면허보유율은 증가세다. 2000~17년 60~64세(147만 명→305만 명)와 65~69세(86만 명→337만 명) 모두 폭증했다(경시청).

한국도 추세를 좇을 확률이 적잖다. 인구 변화·구매 환경·노년 욕구 등이 닮아서다. 넓게 퍼진 저밀도 단독주택이 태반인 일본과 다른 점도 있지만, 당장 노년고객의 자차 구매는 증가세다. 업계도 자차 구매의 큰손으로 환갑 전후 연령대를 규정했다. 2030세대의 경·소형세단은 타격인 반면 대형·안전·편안을 내세운 고가차량이 5060세대를 중심으로 급성장세다. 이를 뒷받침하듯 1년 내 신차구입자 연령대를 보면 2011년 30대(48.6%)·40대(26.1%)가 많았지만, 2018년 40대(31.6%)·50대(24.9%)로 역전됐다. 60대는 3.2%에서 12.1%로 치솟았다.

단 달라진 노년의 자차 구매가 지속적일 수는 없다. 유병비율이 ±75세부터 높아진다는 점에서 면허 반납도 늘어난다. 아직은 인센티브로 유인하나, 조건부 면허 허용이나 적성검사 주기 단축 등 제한조치도 머잖았다. 그럼에도 늙었다고 쇼핑·방문 등 이동동기가 줄지는 않는다. 되레 간병·의료 등 불가결한 편의시설에의 접근 필요는 늘어난다. 이때 주거공간의 재편 고민은 깊다. 즉 불편해진 노년의 삶을 극복하는 차원에서 차와 집의 맞교환이 발생하고, 그 결과로 고령인구의 도심 회귀는 심화된다.

서울 강일 콤팩트시티 조감도. 서울시 제공


고령자 도심 회귀 ‘노년은 도시로 이동’

도시 근교·외곽지역·시골 터전으로의 주거 이전은 은퇴세대의 로망 중 하나다. 과소지역의 인구유입책으로 행정당국의 인센티브도 가세한다. U턴(지방출신의 고향이주), I턴(도시 출신의 지방 이주), J턴(지방 출신의 타지 이주) 등 청년시절 경험한 향(向)도시형과는 정반대다.

다만 고령인구의 시골살이는 꽤 신중하다. 텃세에 관리가 힘들고 외롭다는 불편·불안·불만이 가중된다. 치명적인 건 불편한 대중교통이다. 교외 거주는 신체건강·자차이동이 전제되는데 노년은 그 현실과 맞부딪힌다. 의료필요는 확대되는데, 자차운전이 제한되면 거주 자체가 어렵다. 생활불편은 몰라도 의료욕구는 참을 수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차와 집을 맞바꾸는 선택뿐이다. 버릴 수밖에 없는 차라면 거주환경 자체에 이동필요를 없애는 방식이다. 도시 회귀다. 늙어 다시 도시로의 사회전입을 시도함으로써 노년 특유의 생존니즈를 실현하는 카드다. 친환경을 찾아 떠난 사회이동의 취지가 사라지면 재차 편안·편리·만족의 도시형 주거공간으로 회귀하는 셈이다. 아니면 애초부터 도시거주뿐이다. 자차운전이 전제된 편리한 사회이동과 교외 거주의 생활만족이 비례하는 건 한시적이다. 종국엔 ‘노년=도시’의 정합성이 강조될 여지가 크다.

콤팩트시티(Compact City)는 이런 노인층에 유용할 수 있다. 광범위한 개념·모델이지만, 핵심은 교통·행정·병원·상업 등 편의시설을 거주범위 안에서 한꺼번에 제공해주는 체계다.

부도심·외곽권의 신도시개발로 인구 분산·집값 통제·개발 수요를 풀던 방식에 맞서 도심공간을 압축·고밀도형의 순환생태계로 만드는 방식이다. 젠트리피케이션처럼 사람을 몰아내는 도시가 아닌 불러오되 가성비 좋은 주거모델을 뜻한다. 그린벨트까지 풀며 거주공간을 외곽으로 확장해 교통 불편·인구 감소·재정 악화·활력 감소 등을 초래하지 말고 콤팩트시티발 ‘압축 개발→편의 확충→인구 유입→이동 감소→환경 보호’ 등 선순환을 좇자는 의미다.

타깃은 교외 거주 고령인구다. 고립된 생활약자의 도시회귀로 더 나은 생활수준이 보장된다. 차 없이 걸어서 일상이슈를 해결하니 만족도는 높다. 도보생활의 정주환경이 지속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콤팩트시티의 출발은 교통편의다. 집과 차를 맞바꿀 충분한 대중·공공교통이 관건이다. 어차피 사람은 길 따라 움직이되, 이동권이 제한된 고령인구는 특히 그렇다. 콤팩티시티의 안착사례에서는 차 없이 생활하는 고령인구의 활동 촉진이 목격된다. 물론 한계도 많다. 과도한 주거비용이 대표적인데, 이것도 경제력을 갖춘 고령인구라면 사정이 좀 낫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인구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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