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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현충원에서" 신촌 들썩인 故변희수 추모 문화제

입력
2022.02.2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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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 변희수 순직 인정하고 사과해야"
시민들 삼삼오오 모여 "공동의 책임 느껴야"

2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서 열린 고(故)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서 열린 고(故)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당한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를 잊지 말자!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 1주기 추모문화제 참석자 일동

트랜스젠더의 상징인 분홍·하늘·흰색 깃발이 서울 도심에서 나부꼈다. 일부 시민들은 같은 색깔 보자기를 몸에 두르기도 했다.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 사진과 그의 군복 앞에는 세 가지 색이 섞인 안개꽃이 놓였다.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2번 출구 앞에서 변 전 하사 1주기 추모 문화제를 열었다. 군의 부당한 강제전역 처분에 저항하다가 지난해 2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변 전 하사를 기리기 위한 모임이었다.

2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서 열린 고(故)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 문화제 행사장에 고인을 추모하는 메모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연합뉴스

2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서 열린 고(故)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 문화제 행사장에 고인을 추모하는 메모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날 문화제에서는 변 전 하사 애도와 함께 극단적 선택의 시발점이었던 군의 강제전역 처분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강제전역 처분 취소소송 당시 변 전 하사 법률대리를 맡았던 김보라미 변호사는 "군은 현역 복무 적합 여부를 과학적으로 논증하지 않는 등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만으로 변 전 하사를 차별했다"고 지적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변 전 하사 순직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서 장관이 육군참모총장일 때 변 전 하사 강제전역이 결정됐기 때문에 사과해야 한다"며 "2주기 추모식은 레인보우·트랜스젠더 깃발과 함께 현충원에서 고인을 추모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전지법이 지난해 10월 전역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변 전 하사 손을 들어줬지만, 국방부가 순직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을 문제 삼은 것이다.

가수 빌리카터가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 추모식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일부 참석자들은 트랜스젠더 색깔 상징인 분홍·하늘·흰색 보자기를 몸에 두르고 있다. 박준규 기자

가수 빌리카터가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 추모식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일부 참석자들은 트랜스젠더 색깔 상징인 분홍·하늘·흰색 보자기를 몸에 두르고 있다. 박준규 기자

시민들도 변 전 하사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였다. 김모(59)씨는 "변 전 하사가 응원도 많이 받았지만, 고립돼 있었기 때문에 죽음에 이르게 된 것 같다"며 "이런 비극을 반복하지 않도록 사회가 공동의 책무를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 발언자로 참석한 리아(가명)씨는 "변 전 하사가 외로움과 절망을 잊은 채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며 웃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애도했다.

성소수자의 민중가요로 자리매김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이날 문화제에서도 어김없이 울렸다. 참석자들은 노래를 부르며 다음 추모제가 현충원에서 열리기를 기대했고, 그에 호응하듯 사진 속 변 전 하사도 미소를 띠고 있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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