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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대통령, '중간 한국인' 손에 달렸다

입력
2022.02.28 00:00
26면

대선 승패는 중도적 '중간한국인' 손에 달려
선거 후 극단정치로 '중간한국인' 외면될 것
현 정치는 민주주의 아닌 민주주의의 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대통령 선거가 2주일 남짓 남았고, 후보들은 마지막 표 갈이에 열심이다. 이번 선거는 여러 면에서 과거 선거에선 없었던 모습을 보여 왔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후보로 선출한 두 사람은 강성일뿐더러, 후보 본인과 주변을 둘러싼 개운치 않은 문제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런 까닭에 양쪽은 상대방 신변을 둘러싼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난타전을 해 오고 있다.

대통령 선거는 경선부터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공식 선거기간이 시작될 무렵이면 유권자들이 대체로 결심을 하게 된다. 이번 대선이 2012년 대선(박근혜 대 문재인)과 비슷하다면 현재 지지율이 크게 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2017년 대선에서는 선거기간 중 TV 토론 등 변수로 인해 2위와 3위가 바뀌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제3후보가 있는 이번 대선이 어떤 패턴을 따라갈지는 예단하기 이르다. 유력한 두 후보 간의 격차가 다시 오차범위 안에 머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3후보도 있기 때문에 아직도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는 부동층 유권자들의 판단이 결정적이다.

지금까지 결정을 하지 못하거나 제3후보를 일단 지지하고 있는 유권자는 15~20%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러한 부동층의 실체는 대략적으로 추측할 수밖에 없다. 과거 선거 결과를 돌아보면, 부동층은 지역적으로는 수도권과 충청권에 많고 노년층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진보적 이념으로 뭉친 세력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태극기를 흔드는 전통 보수층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을 '중간 한국인'으로 부를 수 있다.

미국 의회 도서관장을 지낸 저명한 역사학자 대니얼 부어스틴(1914~2004)은 베트남 전쟁과 인종 평등 문제를 두고 갈라진 1960년대 미국 여론을 보고 미국인들은 단순하게 동의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반대를 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그는 부동의(disagreement)는 민주주의이지만 무조건 반대(dissent)는 민주주의의 암이라고 지적했다. 오늘날 우리 정치의 모습은 저마다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상대방에 대해 무조건 반대를 하고 있는 양상이라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암이라고 하겠다. 사정이 이러하니 선거라는 심판대에선 중간에 있는 사람들이 승패를 좌우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중간에서 결정을 지었던 사람들은 그대로 잊히고 만다.

대니얼 부어스틴이 이런 주장을 할 즈음인 1970년 1월, 타임지는 '중간 미국인'(Middle Americans)을 커버스토리로 다루었다. 타임지가 말한 '중간 미국인'은 베트남 전쟁은 잘못됐지만 과격한 반전시위도 잘못으로 보며, 흑인 인권이 중요하지만 흑인 학생을 우대해서 자신들의 자녀가 불이익을 받고 거리가 위험해지는 것을 걱정했던 보통 백인들이었다. 50년 시차는 있지만 오늘날의 '중간 한국인'도 비슷한 맥락에 서있을 것이다.

평등과 복지가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성실과 근면이라는 덕목이 저해되고 국가재정이 취약해지는 것을 걱정하고, 공정을 중시하면서도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자기 잇속을 챙기는 이중적 태도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중간 한국인'이다. 선거에서 자신들을 대변할 만한 정치적 세력을 갖고 있지 못한 부동층인 이들이 선거 결과를 좌우함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번 대선도 이들의 손에 달려 있지만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간에 우리 정치가 이들을 대변할 가능성은 없으며 우리 정치가 나아질 가능성도 또한 없으니, 그것이 본질적인 문제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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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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