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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이 재밌다... "어린이도 칸딘스키, 말레비치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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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는 사람을 그릴 땐 눈, 코, 입, 속눈썹을 다 표현하지 않고도 그냥 긴 타원 하나로 그릴 수 있지 않을까? 동그라미 하나만 있어도 얼굴이지. 이렇게 아주 간략하고 단순하게 표현하는 게 바로 '절대주의'예요."
지난 18일 오후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 전시가 한창인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검은 사각형과 붉은 사각형, 검은 원, 십자 형태를 화폭에 배치한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앞에서 이시영·엄지원(가명·7)양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유치원생인 두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윤라예(35)씨의 작품 설명을 들으면서다. 윤씨는 이번 전시의 어린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미술관 교육 전문기관 조이뮤지엄의 에듀케이터다.
"전시 제목에서부터 (현대 추상미술의 거장인) 칸딘스키와 말레비치가 있는 만큼 아이들이 추상의 개념은 확실히 알고 가게끔 하려고 해요." 하얀 캔버스에 검은 사각형을 하나 그려놓고 새로운 유파인 절대주의를 주창한 말레비치는 사물을 묘사하는 부담에서 예술가들을 해방시켰다. 그의 기하학적 추상 앞에서 어린이들이 제법 집중하는 모습이다. 칸딘스키의 '즉흥' 연작 앞에서는 아예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는다. "꼭 사람 얼굴을 똑같이 그려야 그림이 되는 게 아니야. 칸딘스키 아저씨가 그걸 깼어. 이렇게 그려도 그림이고, 저렇게 그려도 예술이 될 수 있어요."
조이뮤지엄은 부모 손에 억지로 끌려오는 어려운 미술관이 아닌 보다 즐겁고, 재미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소망에서 2008년 세워졌다. 그간 100여 개 전시의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연구·교육해온 만큼 축적한 노하우가 상당하다. 연령대에 맞춰 자유자재로 구사되는 윤씨의 해설은 아이들 귀에 쏙 박혔다. "나무는 꼭 초록색과 갈색이라고 정해지지 않았어. 사람 얼굴도 꼭 살구색일 필요가 없지. 감정을 나타내기 위해 파란색도, 보라색도 들어갈 수 있고, 얼굴에 떨어진 빛의 각도에 따라 밝거나 어두울 수도 있는거야." 전시장 한쪽 벽면에 나란히 걸려 있는 마시코프의 여인 초상 2점에 대한 윤씨의 설명이다. 전통적 색채 체계를 파괴한 야수파 영향을 받은 이 그림 속 여인의 얼굴은 마치 푸른색 수염이 난 것처럼 보라색, 녹색, 붉은색 등 다양한 음영이 드리워져 있다.
"오일파스텔로 칸딘스키 아저씨처럼 시계를 꾸며보자." 40분가량 전시를 관람하고 나면 전시장 인근 별도 공간에서 워크북과 시계를 만드는 활동이 이어진다. 윤씨는 "점 하나만 찍어놓고 절대주의라면서 이게 코라고 하거나 어려운 말로 설명하지 못하더라도 작가의 의도와 기법을 공감각적으로 알아차리는 친구들이 있어서 놀랍다"고 했다.
총 100분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최대 4명까지 소규모로 평일 3번, 주말 6번 운영된다. 전시 티켓과 프로그램 비용까지 4만9,000원이다. 프로그램 이후 부모와 함께 재입장이 가능하다. 전시는 4월 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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