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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정각에 오픈 안 했다고 치킨 가맹점에 불이익 줘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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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A씨는 최근 본사로부터 '경고장'을 받았다. 그가 받은 내용증명에는 "12시 16분 방문 시 실제 오픈돼 있지 않아 경고장 발부"라고 적혀 있었다. 가맹점에 권장하는 영업시간은 낮 12시부터 자정까지다. 두 차례 '권장 오픈시간'을 준수하지 않은 다른 가맹점주는 원부자재 공급이 일주일 동안 끊기기도 했다. 점주들은 “말이 좋아 치킨집 사장이지, 하루 12시간 근무를 강제당하는 신종 노예”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계약을 맺은 점주에게 영업시간과 휴무일을 강제해도 법적으로 문제없을까. 또 원부자재 공급 중단과 계약 해지 압박을 통해 이를 강제하는 게 본사의 정당한 권리라고 할 수 있을까.
1일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업체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본사에선 가맹점의 영업시간과 휴무일수를 권고하고 있다. 권장 영업시간은 낮 12시부터 자정까지, 휴무일수는 매달 2회로 정한 곳이 다수였다. 영업일수가 가맹점 수익과 직결된다며 연중무휴를 권장하는 곳도 있었다.
일부 업체에선 권고 수준을 넘어 영업시간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었다. 권고안을 지키지 않으면 물류 공급을 끊어버리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 한 프랜차이즈업체 영업과장이 최근 가맹점주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앞으로 1회만 늦어도 즉시 교육입소, 2회 차 물류중단, 3회 차 계약갱신 관련 평가 등 강하게 조치될 예정이니 꼭 (오픈시간을) 지켜달라”고 적혀 있었다.
점주들은 본사의 영업시간 강제가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7년 차 가맹점주 B씨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치킨이 두세 마리 팔릴까 말까 정도인데 본사는 일방적으로 영업시간을 정해놓고 지키라고 한다”며 “특히 주말에 쉬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본사에선 그러나 가맹점의 통일적 운영을 위해선 영업시간을 권고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권장 오픈시간을 정해두는 이유에 대해 “매장 문을 미리 열어 두지 않으면 본사에서 배달된 원부자재가 밖에 놓여 있는 등 관리가 잘 안 될 수 있다”며 “다만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이를 빌미로 불이익을 주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본사 권고안을 따르게 되면, 가맹점주들은 1주일에 72~84시간 일하는 등 연중 장시간 노동을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이를 법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렵다. 노동법은 ‘고용 여부’를 기준으로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를 나누는데, 가맹점주들은 본사에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점주들은 자율성을 지닌 독립된 ‘자영업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과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가맹점주가 법적으로는 독립성을 지닌 '사장님'으로 분류된다고 해도, 현실적으론 프랜차이즈 본사에 지배당하는 '무늬만 사장님'이나 마찬가지다. '프랜차이즈 노동관계 연구'를 총괄한 박제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가맹관계는 지배·종속관계라는 점에서 노동관계와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점주들은 노동자처럼 본사에 종속되면서도, 노동법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다는 얘기다.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영업시간과 휴무일 미준수를 이유로 가맹점에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특히 '협박 문서'를 통해 가맹점을 압박하는 것은 본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영업시간과 휴무일은 지켜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한국은 자영업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6번째로 높은 만큼, 이들을 보호할 사회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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