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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폭행 신고된 요양시설에 "당국 조사 나온다"… 군이 미리 알려 줬다?

입력
2022.02.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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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군, 노인보호전문기관 방문 예고에
피신고시설 포함 관내 요양원에 사전 연락
공익신고자 "증거 감출 시간 줬다" 주장
군 "동향 파악 차원에서 이뤄진 일" 해명

경북 영덕군의 노인요양시설에서 요양 중인 90대 입소자의 발목(왼쪽)과 얼굴(오른쪽)에 멍이 들어 있다. 공익신고자는 이 상처가 시설 요양보호사의 폭행으로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익신고자 제공

경북 영덕군의 노인요양시설에서 요양 중인 90대 입소자의 발목(왼쪽)과 얼굴(오른쪽)에 멍이 들어 있다. 공익신고자는 이 상처가 시설 요양보호사의 폭행으로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익신고자 제공

경북 영덕군 A복지재단 산하 노인요양시설에서 요양보호사가 노인들을 상습 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가운데, 영덕군이 해당 요양원에 관계 기관의 조사가 시작된 사실을 미리 알려 줬다는 주장이 나왔다.(▶관련기사: [단독] "요양시설서 80대 하의 벗긴 채 폭행" 신고에도 조직적 은폐 의혹)

24일 A재단 공익신고자에 따르면, 영덕군은 지난 14, 15일 관내 노인요양시설에 전화 등으로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조사하러 나온다”고 알렸다. 연락 대상엔 A재단 산하 B요양원이 포함됐는데, 앞서 이 시설 직원들은 요양보호사인 동료 직원이 지난해 7월과 11월 입소자를 폭행했다고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 이후 16일 경북동부 노인보호전문기관 조사원들과 영덕군 복지담당 공무원은 B요양원을 방문 조사했다.

공익신고자는 “시설에서 이미 조사받는다는 걸 알고 준비하고 있었다”며 “조직적으로 노인학대 사건을 은폐한 상황에서 영덕군이 증거 자료를 훼손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해줬다”고 주장했다.

영덕군은 관내 요양시설에 연락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B요양원에 조사 사실을 미리 알려 줬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군 관계자는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갑자기 관내 시설을 방문하겠다고 해서 무슨 일인가 싶어 동향 파악 차원에서 연락한 것”이라며 “(노인보호전문기관이) 무슨 이유로 나오는지 몰랐고, 조사 대상이 B요양원인 것도 16일에야 알았다”고 해명했다.

다만 영덕군 해명이 사실에 부합하더라도 수검 대상이 될 수 있는 기관에 조사 관련 정보를 준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조사기본법 제4조(행정조사의 기본원칙)에는 ‘행정기관은 행정조사의 대상자 또는 행정조사의 내용을 공표하거나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돼 있다.

경북 영덕군청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북 영덕군청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선 A재단 이사 9명 중 3명이 군청 공무원 출신인 점에도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A재단의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들 이사 3명은 모두 6급 주무관 출신으로 각각 부읍장, 건축 관련 부서, 하천 관련 부서에서 일했다.

경북노동인권센터 등은 B요양원 내 폭행 의혹과 관련해 전날 영덕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의 솜방망이 처벌로 A재단 산하 시설에서 입소자 폭행과 직원 허위 채용, 보조금 부정 수급 등 말썽이 끊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단체에 따르면 A재단은 2015년 6월 산하 요양시설의 정부보조금 부정 수급으로 부과받은 과징금 2억2,000여만 원을 시설 운영비로 납부했다가 2019년 1월 경북도 특별점검에서 적발됐다. 그러나 영덕군은 9개월이 지나서야 다시 채워 넣도록 명령했고 그마저도 5년간 분할 상환하도록 조치해 '봐주기 의혹'이 일었다.

김용식 경북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퇴직한 군청 공무원들이 재단 이사로 활동하는데 그 재단 산하 요양시설을 영덕군이 과연 제대로 관리 감독할 수 있겠느냐”며 “보건복지부가 직접 나서서 재단과 영덕군까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덕=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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