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한 표 가치는 1만200원"... 코로나가 만든 '가장 비싼' 대선

입력
2022.02.24 12:00

감염병 확산 여파 최소 860억 더 투입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아파트에서 집배원이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공보물을 우편함에 배달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아파트에서 집배원이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공보물을 우편함에 배달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대선은 대통령제를 택한 나라의 ‘민주주의 축제’다. 그만큼 천문학적 비용과 인력이 소요된다. 2017년 제19대 대선만 봐도 3,446억 원의 예산과 48만 명이 넘는 인원이 선거에 투입됐다. 환산해 보니 유권자의 한 표가 ‘8,100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내달 9일 치러지는 20대 대선에선 한 표의 ‘몸값’이 더 오를 것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보건 비용’이 대폭 늘어난 탓이다.

"벽보 다 모으면 잠실야구장 50번 채워"

대선에 들어가는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투ㆍ개표 관리 비용이다. 19대 대선에선 전국 1만3,964곳의 투표소와 개표소 251곳을 비롯해 시설 운영비와 인건비 등으로 1,800억여 원을 썼다. 각 정당이 원내 의석수에 따라 배분받는 선거보조금도 421억 원에 달했다. 여기에 선거가 끝나고 득표율 15%를 넘긴 대선후보에게는 선거비용의 100%, 득표율 10% 이상인 후보에게는 50%를 되돌려줬다. 이 돈도 1,225억 원이나 됐다.

선거를 관리하는 인력 역시 수십만 명을 헤아린다. 인원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전국 1만 곳 이상에 설치된 투표소다. 지역별 선거관리위원회와 공공기관 지원 인력 2만5,000여 명에 더해 사무원과 각 대선후보가 2명씩 지정할 수 있는 투표 참관인도 투표소마다 배치된다. 해당 인원만 27만 명은 족히 넘는다.

다양한 선거 물자를 마련하는 데도 ‘억’소리 난다. 2017년 대선에선 총 3억600만 부의 선거공보물이 각 가정에 발송됐다. 또 투표 용지와 선거벽보, 공보물을 제작하는 용도로 종이 5,000톤이 소비됐다. 나무 8만6,000여 그루를 베어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선거 벽보는 전국 8만여 곳에 부착되는데, 한데 모으면 서울 잠실야구장을 50번이나 채울 정도다.

'방역 비용' 큰 폭 늘어

이번 대선에선 비용이 훨씬 증가할 게 확실하다. 코로나19 급증세로 ‘방역’ 관련 지출이 대폭 늘어서다. 지난해 3월 공직선거법이 개정돼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 등의 관리 예산도 많아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거관리 비용만 지난 대선보다 860억여 원 늘어난 2,662억 원 이상 들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밖에 투표소 500곳이 추가되고, 선거보조금도 물가상승에 따라 40억 원 넘게 증가했다.

선관위가 추산한 대선 총비용은 4,352억여 원. 아직 선거인명부가 확정되지 않았으나, 지난 대선(4,247만 명)을 기준으로 하면 1인당 투표권 가치는 ‘1만200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당신의 한 표가 더 소중해졌다.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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