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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수주 짭짤한데… 우크라 전운에 국내 건설업계도 '비상

입력
2022.02.23 17:28
수정
2022.02.23 17:3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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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러시아 대사관 부근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긴장 고조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베를린=AP 뉴시스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러시아 대사관 부근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긴장 고조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베를린=AP 뉴시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운이 고조되면서 국내 건설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는 최근 신흥시장으로 떠오를 정도로 업계가 공사 수주에 큰 공을 들인 나라인데,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추가 수주는커녕 최악의 경우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접어야 할 수도 있어서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로 치솟고 있는 원자재 가격은 당장 건설업계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신흥시장 러시아… 졸지에 최대 리스크로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러시아 수주액은 17억8,450만 달러(약 2조1,333억 원)로 1년 전보다 14배 급증했다. 우크라이나에선 30만 달러(약 3억5,865만 원) 규모의 수주를 따냈다. 전체 해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 주도의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가 잇따르면서 러시아 시장의 중요성은 부쩍 커졌다.

현재 국내 건설업계는 러시아 내 사업장 18곳에서 공사를 수행 중이고, 우크라이나에선 6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 규모는 러시아 사업장이 103억6,100만 달러(약 12조4,000억 원)로 우크라이나(1,002만 달러)보다 압도적으로 크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무장세력이 통제하고 있는 도네츠크에서 군용 트럭 한 대가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 루한스크)의 독립을 인정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고조됐다. 도네츠크=AP 뉴시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무장세력이 통제하고 있는 도네츠크에서 군용 트럭 한 대가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 루한스크)의 독립을 인정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고조됐다. 도네츠크=AP 뉴시스

우크라이나에 군병력을 투입한 러시아에 대한 1차 제재로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이 러시아 금융기관과의 거래 제한 등에 착수하자 건설업계는 초비상이다. 한 건설사 임원은 "이는 러시아에 대한 국제은행의 재무통제절차를 강화해 제재기관과 거래를 하면 불이익을 준다는 뜻"이라며 "당분간 러시아 지역에서의 신규 수주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방의 제재가 강도를 더할 경우 자칫 공사비도 받지 못하고 진행 중인 사업에서 철수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외건설협회는 "만약 경제 제재가 송금 제한까지 했던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와 같은 수준까지 가면 시공 중인 공사들도 기자재 수급이나 공사대금 수령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가 달러 대신 루블화로 공사대금을 치르겠다고 하면 상당한 환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며 "현재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도 민관합동 긴급 상황반을 꾸리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뛰는 원자재 값… 분양가 상승 불가피

건설업계 전체로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빚어진 원자재 가격 급등이 가장 큰 부담이다.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서 러시아 생산 비중이 높은 알루미늄(거푸집·도금강판)과 니켈(철근·강판) 가격은 최근 각각 톤당 3,200달러와 2만4,000달러를 돌파하며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시멘트 재료로 쓰이는 유연탄 수입단가는 최근 1년 새 162% 급등했다. 여기에 국내 철강사들도 유가 등 원재료 값 인상을 이유로 철근 가격을 잇따라 인상하고 있다.

레미콘과 철근 등 가격 급등이 원자재 수급 대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지난 21일 서울의 한 레미콘 공장. 연합뉴스

레미콘과 철근 등 가격 급등이 원자재 수급 대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지난 21일 서울의 한 레미콘 공장. 연합뉴스

이처럼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분양가격 역시 뛸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선이 끝난 뒤 본격적인 분양시즌을 맞을 텐데 원자재 값이 워낙 뛰어 하도급 업체들도 잇따라 계약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결국 분양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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