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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시대’ 빈털터리 그녀는 어떻게 부유한 상속녀가 됐을까 [몰아보기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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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5성 호텔에 장기 투숙하고 있다. 100달러를 팁으로 주고는 한다. 하루가 멀다 하게 유명인사들과 파티를 연다.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았다. 나이는 20대 중반. 돈벌이는 딱히 없다. 부유한 집안의 딸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독일인 애나 델비(줄이아 가너)는 거부를 물려받을 상속녀라고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한다. 자신 앞으로 신탁 재산 수억 달러가 있고, 곧 자신의 계좌로 들어올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사기 혐의로 체포된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애나는 어느 날 뉴욕 사교계에 나타난다. 그녀의 실체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겉모습으로 판단할 뿐이다. 명사들과 교류가 잦고, 거침없이 돈을 쓴다. 미술에 대한 남다른 식견을 갖추기도 했다. 남자친구 토드(애리언 모아예드)랑 세계 곳곳을 호화롭게 여행한다. 사업에 대한 야심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정체가 불분명하나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기 충분하다. 돈을 거리낌 없이 쓰고, 생각이 확고한 데다 사업을 크게 벌일 생각을 하고 있으니 사람들은 애나와 가까이하고 싶다. 애나 곁에 있으면 상류층 삶에 무임승차할 수 있고, 큰돈을 벌 새로운 기회가 열릴지 모른다.
하지만 애나는 부유한 상속녀가 아니다. 성은 델비가 아닌 소로킨이다. 독일에서 왔으나 원래는 러시아 출신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도 않다. 빈털터리나 다름없는 애나는 어떻게 뉴욕 사교계를 휘저었을까.
비법은 허세다. 비싼 음식만 먹고 비싼 옷만 입으니 부자인 줄 알고 사람들이 몰려든다. 스타트업을 창업한 토드는 애나가 막대한 부를 이어받을 거라 믿어서 그런지 그녀를 위해 거침없이 카드를 긁는다. 토드가 사람들에게서 끌어모은 투자금은 그렇게 애나를 돈 걱정 않는 상속녀로 포장하는 데 쓰인다. 돈을 물 쓰듯 하니 유명인사들과 교류할 길이 열린다. 유명인사가 주변에 넘치니 다른 유명인사들이 몰린다. 인스타그램은 애나의 허세를 널리 알리는 도구다. 사람들은 사진만으로도 애나가 물질적으로 남다른 존재라고 맹신한다.
드라마는 잡지사 기자 비비안(애나 클럼스키)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비비안이 애나의 유별난 사연을 취재하면서 알게 된 내용이 서술되는 식이다. 비비안은 애나와 교류했던 뉴욕 사람들을 만나며 애나의 실체에 다가간다. 누군가는 애나를 악랄한 사기범으로 몰아세우고 누군가는 인정 많은 친구로 기억한다. 여러 시선이 엇갈리나 애나가 과대망상증 사기범인 건 확실하다.
드라마는 사기와 사업이 한 끗 차이가 된 세상을 꼬집는다. 사람들은 오로지 돈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고, 돈으로 포장된 허상 앞에 무릎 꿇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이런 배금주의를 부추긴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드라마 시리즈 ‘그레이 아나토미’ 등으로 유명한 작가 숀다 라임스가 제작 전반을 담당했다. 라임스는 2017년 1억 달러를 받고 넷플릭스에 영입된 이후 지난해 ‘브리저튼’에 이어 이 드라마를 선보였다. 제작총괄을 한 ‘브리저튼’과 달리 라임스가 모든 걸 챙긴 첫 넷플릭스 드라마라 기대를 모았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의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이 일부 에피소드를 연출했다. 뉴욕 상류층의 화려한 삶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만듦새가 소재만큼 흥미롭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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