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윤석열·안철수… 틈새 노리는 이재명

입력
2022.02.23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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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TV토론회에서 안철수(왼쪽) 국민의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답변에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드는 모습. MBC 유튜브 캡처

2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TV토론회에서 안철수(왼쪽) 국민의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답변에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드는 모습. MBC 유튜브 캡처

야권 후보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그 틈을 파고들어 안 후보에게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정권 교체' 명분으로 윤 후보로 단일화해 승기를 확실히 잡으려는 국민의힘이 다급해진 모양새다.

안철수 파상공세 의중 놓고… 당황한 윤석열

안 후보는 21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단일화 결렬을 의식한 듯 윤 후보를 정조준했다. 지난 3일, 11일 열린 TV토론에서 윤 후보에 대한 공세를 자제한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2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 후보는 이에 적잖이 당황했다. 안 후보가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기 20일 오전까지 두 후보가 서로 전화통화를 하는 등 '분위기'가 괜찮았는데, 안 후보가 돌변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는 선거유세 차량 사망 사고라는 악재를 맞은 안 후보를 배려해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 점퍼'도 일부러 입지 않았다"며 "안 후보에게 인간적으로 섭섭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안 후보가 단일화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접은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안 후보가 최근 수십억 원의 특별당비를 납부했는데, 선거자금으로 쓰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완주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경기도 안산시 문화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경기도 안산시 문화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너무 많은 메신저 탓? 단일화 무산 원인 찾기 분주

다급해진 국민의힘은 단일화 결렬 원인을 찾는 데 분주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다양한 채널에 따른 소통 혼선이 꼽힌다. 윤 후보의 의중을 정확히 대리할 수 있는 단일 창구가 없는 상황에서 여러 의원들의 말들이 흘러나가면서 안 후보가 불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양측의 메신저가 너무 많아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며 "윤 후보도 안 후보에 대한 예우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공감해 단일화 결렬 이후 입단속을 지시했다"고 했다.

안 후보에 비판적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도 도화선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안 후보가 사망한 선거운동원의 유지를 들어 대선 완주 의지를 밝히자, 이 대표는 "고인이 불시에 돌아가셨는데 유지를 어디서 확인하느냐. 유세차 운전하기 전에 유서 써놓고 가느냐"고 조롱했다. 안 후보가 이 발언에 특히 불쾌감을 표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 대표 발언이 선을 넘은 만큼 사과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2일 오후 전북 군산 군산공설시장에서 열린 거점 유세에서 연설 도중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2일 오후 전북 군산 군산공설시장에서 열린 거점 유세에서 연설 도중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安 존경하는 분"… 국민의힘 "끈 놓지 않아"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소원해진 사이 이 후보가 이 틈을 적극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안 후보는 제가 한때 대표로 모시던 분이라 나름 존경하는 분"이라며 "그분이 가진 새 정치의 꿈은 제가 평소 이야기하는 정권 교체를 넘어선 정치 교체, 시대 교체와 일치하는 면이 있다"고 했다. 안 후보는 2014, 2015년 민주당과 합당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지낸 바 있다. 그러면서 "저희가 거대 의석을 갖고 있어 정치개혁은 합의되면 언제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전날 TV토론에서 '통합정부'를 언급하면서 안 후보의 입장을 묻는 등 전략적인 구애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이에 뒤질세라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담판 가능성을 적극 띄우고 있다. 단일화 시한도 투표용지 인쇄 전날인 오는 27일까지가 아니라 선거일 전날인 3월 8일이라고 못 박으면서다. 성사 여부를 떠나 단일화 주도권을 끝까지 쥐고 가겠다는 뜻이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윤 후보가 직접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며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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