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으로 간 '대장동 녹취록'... "윤석열 게이트" vs "몸통은 이재명"

입력
2022.02.22 20: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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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집된 지지층보다 '막판 부동층' 확보전
선거일까지 큰 변수 없어 네거티브 소재로

대선 레이스가 막바지로 접어드는 가운데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은 최근 공개된 대장동 녹취록 등을 고리로 '윤석열 게이트'라 규정하고 대대적인 역습에 나섰다. 이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측은 대장동 사업의 설계·결재권자인 이 후보가 몸통임을 강조하면서 맞불을 놓고 있다.

'대장동 의혹'이 재점화하는 배경에는 최근 검찰 수사자료인 '대장동 녹취록'의 내용들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과 맞물려 있다.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녹취록 내용을 아전인수격 해석을 통해 네거티브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결집된 여야 지지층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어 보이지만 아직까지 관망하고 있는 부동층으로부터 한 표라도 더 끌어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與, '녹취록 속 尹' 고리로 프레임 전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 오후 인천 부평역 앞 광장에서 열린 '인천 재도약 앞으로, 인천 경제 제대로!' 부평 유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하트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 오후 인천 부평역 앞 광장에서 열린 '인천 재도약 앞으로, 인천 경제 제대로!' 부평 유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하트를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은 22일 대장동 의혹을 '윤석열 게이트'라고 규정하며 화력을 집중했다. 송영길 대표는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의 주역이 윤석열 중수2과장인 게 드러났다"며 "대장동을 앞으로 '윤석열 게이트'라고 불러야 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JTBC가 전날 윤 후보가 2011년 대검 중수2과장으로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며 대출 브로커 조모씨를 봐주기 수사했다는 정황이 담긴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의 검찰 진술을 공개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민주당의 반격은 전날 중앙선관위 주최 TV토론에서부터 본격화했다. 이 후보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 사이의 녹취록 내용을 적은 패널을 꺼내들면서다. 패널에는 "내가 가진 카드면 윤석열은 죽어"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간 TV토론에서 대장동에 대해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것과 사뭇 달랐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대장동 녹취록'에서 이 후보뿐 아니라 윤 후보를 언급한 부분을 고리로 '윤석열 게이트'라는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대장동 의혹으로 이 후보에게 고착화된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겠다는 의도도 반영돼 있다.

대장동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분'의 정체도 조재연 대법관이라는 보도를 활용해 윤 후보의 사과를 요구했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그간 '그분'이 이 후보라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대장동의 진실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野 '이재명 경제통' 이미지 깨기 기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2일 오후 충남 보령시 보령문화의전당 인근에서 열린 “7월 16일은 보령머드 축제의 날, 3월 9일은 국민승리 축제의 날”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2일 오후 충남 보령시 보령문화의전당 인근에서 열린 “7월 16일은 보령머드 축제의 날, 3월 9일은 국민승리 축제의 날”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반대로 국민의힘은 '이재명 몸통설'을 부각하며 맞대응하고 있다. 이 후보가 ①대장동 사업의 '설계자'라고 스스로 밝혔고 ②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임명했고 ③사업을 최종 결재한 만큼 이 후보가 몸통이라는 주장이다. 대장동 이슈가 자주 언급될수록 윤 후보가 불리할 게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오히려 '부정부패' 이미지를 각인시켜 이 후보의 '유능한 행정가' 이미지를 가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국민의힘은 오히려 전날 TV토론에서 "녹취록 끝부분에 '이재명 게이트'라는 말이 나온다"는 윤 후보의 발언에 "왜 거짓말을 하느냐. 허위사실이면 후보에서 사퇴하겠느냐"고 몰아붙인 이 후보의 발언을 빌미로 역공에 나섰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CBS 라디오에서 "녹취록에 ‘이재명 게이트’라고 나오는데 이 후보는 안 나온다고 거짓말했다"며 이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만배씨가 '이재명 게이트'라고 한 발언이 담긴 녹취록 내용을 보도한 월간지 보도를 제시하면서다.

'아전인수 해석'으로 네거티브 강화

대선까지 구도를 흔들 대형 변수가 보이지 않는 점도 공방을 가열시키고 있다. 양측은 녹취록 내용에 대한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으며 네거티브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강훈식 민주당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CBS 라디오에서 대장동 녹취록의 '이재명 게이트'라는 언급에 대해 "입구에서 지킨다는 의미의 게이트"라고 했다. 정치가 등이 관련된 대형 비리 의혹을 뜻하는 게 아니라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이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입구에서 지키고 있어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의미로 언급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선대본부 법률지원단장도 "윤석열은 영장 들어오면 죽어" 발언 에 대해 "윤 후보가 사법농단 수사로 인해 양승태 사법부 판사들에게 미운털이 박혀 '영장이 법원으로 청구되면 판사들에 의해 죽는다'는 게 진짜 의미"라고 주장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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