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위협 짓부수자"... '올림픽 휴식' 끝낸 北, 슬슬 '도발' 기지개

입력
2022.02.22 16:04
수정
2022.02.2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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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진핑에 '올림픽 폐막' 축하
美 비난 가득 담겨... '도발 재개' 시사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무력시위를 잠시 멈췄던, 북한의 ‘도발 휴식기’가 끝난 듯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내는 친서로 올림픽 시작과 끝을 장식했는데, 폐막 서신에는 미국을 향한 적개심이 가득 담겼다. 미사일 시험발사 등 도발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김 위원장이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적 마무리를 축하하는 구두친서를 시 주석에게 보냈다고 보도했다. 친서에는 상반된 두 내용이 담겼다. 중국은 격찬한 반면, 미국에는 극도의 적의를 드러낸 것이다. 김 위원장은 감염병과 미중갈등 등 갖은 악재에도 올림픽을 무사히 치른 중국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방점은 대미 비난에 찍혀 있었다. 그는 “조중(북중) 두 나라는 전략적 협조와 단결을 강화해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노골적인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을 짓부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도 ‘공동의 적’ 미국에 대항해 힘을 합치자는 뜻이다.

이번 친서는 시 주석에게 양해를 구하는, 일종의 ‘도발 예고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단서는 달라진 어조다. 김 위원장이 앞서 4일 올림픽 개최를 축하하며 보낸 친서에는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을 살짝 비판하는 내용도 들어 있지만, 대체로 “안전한 대회”에 초점이 맞춰졌다. 약속대로 북한은 올림픽 기간 한 차례도 미사일을 쏘지 않았다. 최대 명절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광명성절ㆍ16일)도 조용히 지나갈 정도였다. 그러나 페막 친서에선 훨씬 강한 대미 발언을 담아 무기개발과 국방력 강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올림픽도 끝났으니 북한식 도발 시간표를 재가동하겠다는 통보인 셈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의 입지가 쪼그라든 점도 북한의 무력시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러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은 틈을 타 추가 미사일 발사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분쟁은 한미일 공조에 맞서 ‘북중러’의 단결력을 과시할 적기이기도 하다.

남은 관건은 북한이 지난달 공언했던 핵실험ㆍ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 선언(모라토리엄) 파기를 이행할지 여부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당장 간헐적인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공격전술의 완성도를 높여 미국을 곤란한 상황에 빠뜨릴 것”이라며 “ICBM 등 고강도 도발은 대미 협상에 대비해 남겨둘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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