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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풍토병 전환 초입"이라는데... 보건소 직원, 과로에 의식불명

입력
2022.02.22 18: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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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광주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 서 있다. 광주=연합뉴스

21일 광주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 서 있다. 광주=연합뉴스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확진자 분류부터 재택치료 관리, 병상 배정까지 대부분의 행정 업무를 관할하는 보건소는 말 그대로 전쟁터가 됐다. 2년 째 고강도 근무가 이어지면서 코로나 관련 업무를 보던 보건소 직원이 과로로 쓰러져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지는가 하면, 코로나 관련 업무 외 다른 업무를 중단하는 보건소도 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방역당국은 여전히 오미크론의 낮은 치명률과 안정적 의료체계를 강조하며 "풍토병적 관리체계로 전환하기 시작한 초입 단계"라고 평가했다.

업무 줄여줘도 확진자 폭증 ... 과로로 쓰러지는 보건소 직원들

22일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경기 용인시 기흥보건소 코로나19 응급환자 관리 TF팀에서 근무하던 30세 여직원 A씨가 지난 18일 의식을 잃고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근처 종합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아직 의식은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태가 악화한 재택치료자를 위해 병상 배정 요청과 환자 이송 업무를 맡았는데, 최근 확진자 폭증으로 격무에 시달려왔다. 기흥보건소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인력을 지원받았지만, 확진자가 워낙 많아 대응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기흥보건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보건소에선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자기기입식 역학조사, 동네 병의원의 재택치료 관리 참여 등 보건소의 업무 부담을 줄이려는 정부의 조치가 있었음에도, 재택치료자가 워낙 빨리 불어나서 업무량은 훨씬 더 늘었다"며 "현 상황에서 유일한 해법은 인력 충원이지만, 이 역시 원활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소재 한 보건소 관계자 역시 "전국 모든 보건소 직원이 거의 매일 근무하고 있다"며 "한계 상태에 다다른 지 오래"라고 말했다. 부산의 한 보건소 관계자 역시 "이대로 가다간 무슨 일이 날 것 같아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일부 보건소는 "코로나 이외 업무 중단"

실제 재택치료자 숫자 자체가 그렇다. 이날 기준 전국의 재택치료자는 49만322명으로 지난 1일 8만2,860명 대비 3주 만에 6배가 늘었다. 특히 모니터링이 필요한 '집중관리군'은 하루 1만 명꼴로 증가하고 있다. 아무리 업무 부담을 줄여준다 한들, 대상자가 폭증하니 일은 더 늘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니 '코로나 이외 업무는 중단한다'고 선언하는 보건소들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 수원시는 관할 4개 보건소에서 23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보건증 발급, 물리치료실 운영 등 코로나 이외 업무는 모두 중단키로 했다. 강원, 제주, 경북, 경남, 충남 등 전국 각지의 보건소도 '코로나 업무 전념'을 선언했다.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정부는 "풍토병 전환 초입", 전문가는 "보건소 일 더 줄여줘야"

보건소 과부하 문제의 심각성은 정부도 충분히 알고 있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보건소 직원 1명당 20~25명의 확진자를 관리하는 것을 최대치로 봤지만, 현재는 30명 이상 관리하는 보건소도 상당수 있다"며 "지자체 행정 요원을 인력이 부족한 곳에 최대한 우선적으로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 관리체계를 풍토병으로 전환하는 초입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박 반장은 "앞으로도 계속 낮은 치명률을 유지하고 유행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최종적으로 오미크론도 다른 감염병과 같은 관리체계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풍토병적 관리체계로 전환하기 시작한 초입 단계"라고 진단했다. 1월 4주 치명률 0.15%라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이를 두고 의료현장을 잘 모르는 소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교수는 "보건소와 동네 병의원의 업무 분담을 미리 명확히 했어야 하는데, 지금 시스템이 잘 안 돌아가니 부랴부랴 대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 관리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재택치료 등 확진자 관리는 의료기관에 맡기고 보건소는 응급 의료 대응 및 환자 이송 연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준 기자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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