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서 숨진 두 살 아기… 미얀마 시민 '222222' 총파업 나섰다

입력
2022.02.22 17:00

'반군 지원 혐의' 모친과 함께 지내다 참변
시민들, 1년 만에 반군부 총파업 투쟁 재개

미얀마 라카인주와 사가잉주 등에서 정부군의 민간인 학살에 가담하고 있는 친군부 민병대의 훈련 모습. 미얀마 나우 캡처

미얀마 라카인주와 사가잉주 등에서 정부군의 민간인 학살에 가담하고 있는 친군부 민병대의 훈련 모습. 미얀마 나우 캡처

미얀마 쿠데타 군부가 두 살배기 아기까지 죽음으로 내몰았다. 분노한 시민들은 일상으로 변질된 학살과 만행에 대항하기 위해 1년 만에 전국적인 총파업에 돌입했다.

22일 미얀마 나우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슈에 윤 에인(35)씨는 지난해 11월 시민방위군 지원 혐의(테러방지법)로 기소돼 라카인주(州) 탄드위 교도소에 수감됐다. 태어난 지 2년 4개월에 불과한 그의 딸도 함께 투옥됐다. 갓난아기가 버티기 힘든 환경 속에서 아이의 건강은 날로 나빠졌지만 교도소와 정부군은 엄마의 치료 요구를 철저히 묵살했다. 결국 아이는 지난 18일 감기로 인한 합병증으로 숨졌다.

에인씨 가족은 "감방 안이 너무 추워 감기에 걸렸는데 점액질이 아이의 기도에 쌓이면서 호흡 곤란으로 목숨을 잃었다"며 "정부군은 시신만 인계했을 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고 분노했다.

정부군의 만행은 미얀마 전역에서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사가잉주 파이 레이 마을에선 최근 아무 죄도 없는 15세 학생 A군 등 민간인 4명이 정부군에 의해 살해됐다. 정부군과 친군부 민병대는 A군의 사망을 확인한 그의 부친이 격렬히 항의하자 마을 주민이 지켜 보는 앞에서 그를 사살하기도 했다. 카야주와 친주에선 행군하던 정부군이 길가의 민가에 이유없이 실탄을 난사해 민간인 수십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미얀마 시민들이 2월22일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222222' 총파업 투쟁에 동참하기 위해 현수막과 꽃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미얀마 시민들이 2월22일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222222' 총파업 투쟁에 동참하기 위해 현수막과 꽃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미얀마인들은 평화 시위를 통해 저항 정신을 표출했다. 이날 시민들은 전국 각지에서 날짜에 숫자 2가 여섯 번 들어가는 2022년 2월 22일을 기념하는 '222222' 총파업 투쟁을 진행했다. 이들은 숫자가 쓰인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민주화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거나, 평화를 의미하는 꽃을 들고 군부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했다. 시민들은 이날 오후 8시 '악마(군부)를 쫓는다'는 뜻을 담아 각 가정집에서 '냄비 두드리기' 투쟁도 이어갈 예정이다.

다만 지난해 같은 날 펼쳐진 '22222' 투쟁과 같은 대규모 집회는 진행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군이 지난해와 달리 시위대를 무력 진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시민들은 소규모로 모여 기습적으로 거리 행진을 한 뒤 해산하거나, 투쟁에 동참한 모습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방식으로 군부에 저항하고 있다.

투쟁을 주도하는 미얀마 총파업위원회(GSCB)는 "쿠데타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시민들이 여전히 군부의 통치를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다시 뭉쳤다"며 "전 세계 각국은 평화를 갈망하는 미얀마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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