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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하라는 대로 방역 다 따랐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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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범생이' 과에 속하는 사람이다. 제도나 규칙을 안 지키면 마음이 불편해 못 견딘다. 그 덕분인지 지난 2년간 대다수 국민이 그랬던 것처럼 정부의 코로나 방역 지침을 충실히 따랐다. 접종 후 심근염이라는 백신 부작용을 조금 심하게 겪었는데, '이러다가 큰일 나는 것 아냐?' 하는 불안감을 꾹꾹 눌러가며 3차까지 백신을 맞았다. 마스크 벗기가 허용된 식당, 카페에서도 나는 함께 간 사람들에게 "음식 먹을 때를 빼곤 계속 마스크를 써야 한다'며 유난을 떨었다. 몸 상태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수시로 PCR 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에 10만 명을 넘고 정부가 그토록 자랑하던 K방역의 3T(검사, 추적, 치료)를 포기한 상황이 되니 갑자기 억울한 마음이 든다. 국민이 알아서 검사받고, 격리도 치료도 알아서 하라는 '각자도생' 방역정책으로 바뀌었는데 빼앗긴 내 일상은 왜 온전히 돌려주지 않는지 따지고 싶다.
행정편의주의 방역정책에 빼앗긴 코로나 이전의 소소한 일상 중 내가 되찾고 싶은 첫 번째는 마스크를 벗고 맘 편히 숨쉴 자유다. 뒷산에서 산책하면서, 한적한 골목길을 걸어 퇴근하면서 남의 눈치 안 보고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싶다.
사실 이전에도 그럴 수 있었다. 실외에서는 2m 이내의 밀집 상태가 아니라면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는 게 방역당국의 지침이었으니까. 하지만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숨통 좀 틔우라"고 배려의 한마디 해주는 방역 책임자는 없었다. 오히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윽박질렀고, 언론도 "마스크를 벗는 것은 시민의식 실종"이라는 식의 기사로 착한 국민이 될 것을 요구했다. 상호 감시자가 된 국민들 사이에서 나는 마스크를 벗을 용기를 내지 못했다.
지난 설 연휴에 고향에 갔다가 겪은 일이다. 인적이 드문 바닷가 소나무숲 길을 마스크 없이 천천히 걸었다. 중간에 중년의 부부를 마주쳤는데, 나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반대로 돌린 채 최대한 먼 거리를 유지하면서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뒤쪽에서 마스크를 안 썼다며 나를 비난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나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내가 되찾고 싶은 두 번째의 일상은 'QR코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QR코드부터 찍으라는 지치고 짜증 섞인 목소리 대신 밝고 따뜻한 인사를 접하고 싶다. 우리나라 국민 86%가 2차까지, 59%가 3차까지 백신을 접종했다고 한다. 집과 훈련장만 오갔다는 류현진 선수, 매일 자가진단을 한다는 김성주 아나운서가 감염되고 내 주변에도 적지 않은 백신 접종자들이 감염된 것을 보면, 백신 접종 확인은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
영업시간 제한도 마찬가지다. 바이러스가 오후 10시 이전엔 덜 퍼지고, 오후 10시 이후엔 더 퍼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왜 거리두기를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코로나 2년에 지친 국민의 마음을 더욱 옥죌 뿐이라는 것을 헤아려주면 좋겠다.
집 주변의 행정편의주의 '유물'도 이젠 보고 싶지 않다. 동네공원에 가면 운동기구, 벤치, 쉼터마다 X자로 테이프가 붙여져 있는 걸 자주 본다. 밀접 접촉을 막는다고 공무원들이 '닥치고 폐쇄한' 통제 위주의 방역정책 흔적을 볼 때마다 숨이 막힌다. 곧 봄이다. 당분간 더 코로나와 공존하겠지만, 올봄에는 작은 일상의 행복이라도 되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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