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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노림수, 사람 빼앗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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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주의 지역주민에 러시아 국적 부여
재외국민 보호 명목으로 군사 개입
우크라이나 사태도 이런 방향으로 흘러
우크라이나 사태는 나토의 동진을 저지하려는 러시아가 나토 가입을 추진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려는 형국을 말한다. 그러나 이런 영토적, 공간적 긴장 외에 사람을 빼앗고 빼앗기는 인적 차원의 갈등도 주목해야 한다.
사태의 중심지인 돈바스 지역에서는 친러시아 주민들에 의해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이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선포했다. 크림반도에서 크림공화국이 독립을 선포한 같은 해인 2014년이었다. 크림공화국은 러시아에 병합된 반면 돈바스 분리주의자들은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함께 민스크의정서를 체결해 우크라이나의 일부로 남는 대신 자치권 확대를 약속받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분리주의자들 사이에 교전이 지속되고 러시아가 분리주의자들을 지원함으로써 분쟁이 계속되었다.
돈바스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 전략 중 하나는 그 지역 주민들이 현지에서 쉽게 러시아 국적을 취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두 공화국 인구의 18%(72만 명)가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다. 유럽연합정상회의는 러시아의 조치가 민스크의정서 정신에 반한다고 비난했다.
러시아가 돈바스에서 벌이는 '사람 빼앗기'는 크림반도에서 행한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돈바스의 러시아 국민은 영토 밖에서 특별귀화를 통해 국적을 취득했다. 반면 러시아 영토로 편입된 크림반도에서는 일방적으로 러시아 국적을 부여하면서 원하지 않는 사람은 한 달 내 거부의사를 표시하도록 했다. 돈바스의 러시아 국민은 아직은 재외국민이지만 크림반도 러시아 국민은 적어도 러시아의 눈에는 내국인이다.
타국인에 대한 러시아의 대량 여권발급(passportization) 전략의 단초는 새천년 초기,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트리아, 그리고 조지아의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아인에 대한 국적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후자는 팽창 목적으로 재외국민을 대량 생산한 대표적 사례로 회자된다. 러시아는 조지아로부터 분리 독립을 꾀한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아 주민들이 현지에서 귀화할 수 있도록 했고, 주민의 85~90%가 그렇게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다. 그리고 조지아가 그들을 탄압했다는 이유로 자국민 보호 및 보호책임(R2P)을 주장하며 무력을 행사했다. 같은 논리와 방식의 무력 개입이 돈바스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타국민을 자국민으로 대량 주조해 '트로이의 목마'로 삼는 공세적 국적전략은 국제법에 반하는 주권 침해로 간주될 수 있다. 주권국가들로 분할된 세계에서 누구를 자국민으로 삼을 것인지는 각국 권한에 속하지만, 자국과 '진정한 유대'를 결여한 사람에 대한 국적 부여를 다른 나라가 인정하지 않을 수는 있다. 1955년 국제사법재판소는 연고가 희박한 리히텐슈타인의 국적을 취득한 독일인이 과테말라로부터 부당한 권리 침해를 받았다는 이유로 리히텐슈타인이 과테말라를 제소한 사건에서, '진정한 유대'를 결여한 국민을 위해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할 때에는 이를 거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유럽연합이 파견한 조사위는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아 주민에게 러시아가 살포한 국적이 진정한 유대를 결여했다고 판단했다. 돈바스 주민에게 러시아가 부여한 국적 또한 유럽연합과 캐나다 등이 승인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 여권이 그에 해당하는지를 판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진정한 유대'의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 또한 애매하다. 타국 사람을 빼앗아 자국민으로 만들고 보호 명목으로 무력을 행사하는 러시아의 '초국경 민족주의'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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