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유세 현장엔 ①오바마 ②런웨이③아이가 보인다

입력
2022.02.22 09:30
4면
구독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9일 경남 김해 김수로왕릉 앞 광장에서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해=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9일 경남 김해 김수로왕릉 앞 광장에서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해=뉴시스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선거 유세 현장은 ①패션쇼와 같은 런웨이 무대에서 ②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처럼 즉흥 연설을 하고 ③아이들을 포옹하는 장면으로 요약된다. 유권자와의 거리를 좁히고 연설에서 특정 표현을 반복해 인상을 남기는 동시에 가족적인 이미지까지 챙기겠다는 전략이다.

오바마처럼 특정 표현 반복하며 즉흥 연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5일 이후 윤 후보는 유세현장에서 "함께 전진합시다"라는 말로 연설을 끝맺고 있다. 이 표현은 2012년 미국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의 승리 연설과 유사하다. 당시 오바마 후보 선거캠프의 슬로건은 '전진(Forward)'이었다. 윤 후보는 현장 유세에서 사전에 준비한 연설문에 등장하는 핵심 단어들을 활용하면서도 내용의 70~80% 정도를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즉흥 연설을 즐겼던 오바마와 비슷한 면이 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당내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윤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호감을 표현해 왔다"며 "최근 연설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윤 후보의 국민의힘 당사 사무실 서가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회고록 '약속의 땅(A promised land)'이 꽂혀 있다.

이달 초 AI(인공지능) 윤석열은 자신의 MBTI(성격유형 검사) 결과에 대해 'ENFJ(외향+직관+감정+판단)'로 소개하면서 "MBTI 유형에 버락 오바마님도 있다. 역시 타고난 대통령 감인가요?"라고 밝히기도 했다.

T자형 무대서 유권자에게 다가서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거리에서 열린 거점 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거리에서 열린 거점 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유세 무대 모양에도 의미가 담겼다. 윤 후보는 15일 부산 서면 유세에서 T자형의 무대에 올랐다. 통상적인 일(ㅡ)자형에 비해 T자형은 후보가 무대 주변을 에워싼 시민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후보가 세로로 돌출된 길을 따라 걸어 나오는 동선은 패션쇼나 콘서트장 무대와 유사하다.

최근 윤 후보 유세의 상징이 된 '어퍼컷 세리머니'도 T자형 무대에서 현장 지지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탄생한 것이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지역에 따라 T자형 무대 설치가 어려울 경우엔 유세차 앞에 별도의 연단을 설치할 정도로 윤 후보와 유권자 사이의 스킨십 강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와 기념촬영 즐겨... 이미지 순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9일 오전 경남 양산 이마트 양산점 근처 유세현장에서 지지자의 아이를 안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양산=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9일 오전 경남 양산 이마트 양산점 근처 유세현장에서 지지자의 아이를 안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양산=뉴스1

윤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아이들을 안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것도 '가족 같은 대통령'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실제 윤 후보는 바쁜 유세 일정을 소화하면서 현장을 이동하는 중에도 아이들을 발견하면 걸음을 멈춘 채 말을 걸 만큼 각별한 애정을 보이면서다. 이는 윤 후보에게 떠오르는 '강골 검사' 이미지를 순화시켜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당사 외벽에 게시한 대형 현수막 디자인에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넣기로 결정한 것도 윤 후보 본인이었다"고 소개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각 후보들의 벽보, 현수막 등 공보물들이 당사와 거리에 설치되고 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건물에 윤석열 대선후보의 공보물이 걸려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각 후보들의 벽보, 현수막 등 공보물들이 당사와 거리에 설치되고 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건물에 윤석열 대선후보의 공보물이 걸려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장재진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