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보다 식물"... 이낙연 캠프 정운현이 윤석열 지지선언 한 까닭은

입력
2022.02.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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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SNS에 윤석열 지지 표명 글 올려
"치명적 결함 가진 이재명 지지 어려워"

정운현(왼쪽)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정 전 실장 SNS 캡처

정운현(왼쪽)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정 전 실장 SNS 캡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2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 선언했다. 정 전 실장은 이 전 대표가 국무총리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지난해 민주당 경선에서는 이낙연 캠프의 공보단장을 맡았다. 그런 정 전 실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아닌 윤석열 후보 지지 뜻을 밝힌 것.

정 전 실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제 저는 다른 길을 가려고 한다. 윤 후보를 도우려고 한다"며 윤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그는 최근 지인의 주선으로 윤 후보를 만났고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아 수락했던 일을 전했다. 정 전 실장은 "당혹스러웠지만 결국 수락했다"며 "얼마 전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한국 대선을 두고 '차악(次惡)을 뽑는 선거'라고 했는데, 윤 후보를 돕기로 한 것은 바로 차악을 선택한 셈"이라고 전했다.

정 전 실장은 윤 후보를 선택한 이유도 밝혔다. 그는 윤 후보에 대해 "국정 경험이 부족하고 무식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검찰공화국'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고 평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만물박사여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그보다는 정직성, 투철한 공인의식, 리더로서의 자질 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1일 서울 여의도 중앙 당사에서 '코로나 피해 극복과 대응 방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1일 서울 여의도 중앙 당사에서 '코로나 피해 극복과 대응 방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또한 이 후보 지지 표명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자기가 한 말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후보, 보통사람의 도덕성만도 못한 후보, 부끄러움도 모르는 후보가 아무리 좋은 공약을 쏟아낸들 그 약속은 믿을 수 없다"며 "도덕성과 개혁성을 겸비한 진보 진영의 내로라하는 명망가들이 '전과4범-패륜-대장동-거짓말'로 상징되는, 즉 지도자로서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행태를 저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측불가능한 '괴물대통령'보다는 차라리 '식물대통령'을 선택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전 대표 돕는 게 민주당서 마지막 소임...비난, 감수하겠다"

지난해 10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이낙연 필연캠프 해단식을 마친 뒤 꽃다발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해 10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이낙연 필연캠프 해단식을 마친 뒤 꽃다발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 전 실장은 자신의 노선 변경을 두고 여론의 비판적 시선에 대해 "이번 결정에 대해 당혹스러워하실 분이 적지 않을 것이고 더러는 비난할 것이다. 이해한다"고 말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이재명을 지지할 권리가 있듯이 제게는 윤석열을 지지할 권리가 있다"고도 했다.

중앙일보‧대한매일 기자 출신인 정 전 실장은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사무처장을 거쳤고, 국민TV 상임이사‧팩트TV 보도국장 등으로 일했다.

그는 "그간 진보진영에서 활동해 왔던 사람으로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간에도 쭉 그래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가 도우려 했던 사람은 이 전 대표였고 거기까지가 저의 소임이었다"며 "그래서 저는 이재명 후보를 위한 민주당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미력이나마 보태겠다는 뜻을 전했다. 정 전 실장은 "이제부터는 세상의 눈치나 주변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제 의지대로 살아가려고 한다"며 "저에 대한 오해와 비난, 미움조차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니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고 범처럼 대차게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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