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 없는 우크라이나의 설움

입력
2022.02.22 04:30
러시아 침공 위협, 미국은 적극 보호 뒷전
미국식 실리추구 외교, 국제정치 현실 일깨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제58차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뮌헨=EPA 연합뉴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20일(현지시간) 발송한 일요판 뉴스레터 제목은 ‘우크라이나 위기가 다 차지했다’였다. 뉴스레터에는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경고하는 미국 국방·국무장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장 발언 등 관련 보도가 가득했다.

실제로 워싱턴 조야와 언론에선 지난달 초부터 우크라이나 기사와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미 CNN 방송을 종일 틀어놓고 있다 보면 전쟁 전야 같은 긴박감이 넘쳐난다.

이번 사태에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막겠다며 군대를 동원해 실제 침공 직전까지 몰아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하지만 미국의 대응 역시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은 3,000명의 정예 병력을 동유럽에 추가 파병했지만 전쟁이 발발한다 해도 참전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주재 미국대사관은 조금 더 안전한 서부 폴란드 쪽으로 옮겨버렸다. 수출통제와 달러화 결제 중단 같은 러시아 경제제재를 예고하면서도 전쟁을 막기 위해 미리 압박 조치를 실행해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구는 못 들은 척한다. 미군 피해는 줄이며 싸움 말리는 시늉은 최대한 하겠다는 얌체짓이라는 평가도 있다.

답답한 건 우크라이나다. 강대국 러시아와 유럽 사이에 끼인 지정학적 억울함도 큰데 든든한 뒷배가 돼야 할 미국은 생각보다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저항할 국력을 키우지 못하고 동서 정치 갈등에 휘말렸던 결과라고는 하나, ‘약소국’ 신세가 처량할 따름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이 국제무대에 돌아왔다”고 선언했다.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 외교’의 실패를 비판하며 동맹·우방을 먼저 챙기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지금 모습은 바이든식 미국 우선주의로 간판만 바꿔 단 셈일 뿐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겠다는 실리 챙기기 중심 미국 외교가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일깨우고 있다. 국가의 자강 노력이 부족하면 언제든 국민들이 전쟁과 죽음의 위기에 내몰린다는 우크라이나 사태 교훈을, 한국의 대통령 후보들도 절실히 깨달았으면 한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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