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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도 尹도 시혜만 열거...재정·노동개혁, 고령화, 공급망 등 난제는 언급도 안 해"

입력
2022.02.24 04:40
6면

<대한민국 지속가능 솔루션: 경제분과>④대선공약으로 본 미래비전

편집자주

'대한민국 지속 가능 솔루션'은 대선을 맞아 한국일보가 전문가들과 함께 우리나라 당면 현안에 대한 미래 지향적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정치 외교 경제 노동 기후위기 5개 분과별로 토론이 진행되며, 회의 결과는 매주 목요일 연재됩니다.

李, 공공주도 및 노동환경공약은 문 정부보다 강해
尹, 민간주도 강조하나 전체적 디테일 부족
한국경제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민 부족

'대한민국 지속가능 솔루션' 경제분과 4차 회의가 11일 오후 한국일보 회의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대한민국 지속가능 솔루션' 경제분과 4차 회의가 11일 오후 한국일보 회의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대선은 늘 정책 대결보다는 네거티브 선거전이 더 뜨겁지만, 그래도 유권자들이 의지해야 할 가장 좋은 잣대는 공약이다. 크게는 후보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담겨 있고, 작게는 개별 유권자들의 이해관계도 걸려 있다.

한국일보가 대선을 앞두고 우리나라 핵심과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대한민국 지속 가능 솔루션' 프로젝트 경제분과(위원장ㆍ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마지막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여야 후보들의 대선공약과 관련, 이재명·윤석열 후보 모두 본질적이지만 어려운 문제는 언급 자체를 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태윤 교수는 "두 후보 공약을 보면 재정을 쓰는 얘기만 있지 노동시장 개혁, 인적자본 육성, 미중대결과 글로벌 공급망 대응 등 한국 경제에 중요한 이슈는 다 빠져 있다"고 지적했고,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공약이 자주 바뀐다. 전체적으로 준비가 안 됐고 즉흥적인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후보 간 유의미한 차이는 확인됐다. 이 후보는 상대적으로 시장보다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친노동-친중소기업 성향이 강하며, 특히 노동과 환경분야는 문재인 정부보다 더 강경하다는 평가다. 윤 후보는 국가보다는 시장, 규제 강화보다는 완화에 무게를 두며, 노동과 환경에서도 친기업적 성향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난 11일 열린 회의에는 성태윤 교수, 김진영 교수와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한국일보 조철환 논설위원(간사)이 참석했다.

박철성 교수

박철성 교수


양 후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는 언급 없어

박철성 교수=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에만 초점을 맞춰 분석해봤다. 두 후보의 공통점은 어려운 문제에 대해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공약의 재정부담 문제, 사회보험의 재정문제, 노령인구 부담, 저출산ㆍ고령화 문제에 대한 공약이 지난 대선에 비해 부족하다. 표를 의식해서 그런 것 같다.

재정부담이 되는 공약들은 두 후보 다 있다. 윤 후보의 경우 기초생보, 근로장려세제, 국민안심지원제도, 국민건강보험의 요양보험 간병비 급여화, 코로나 손실보상 등이다. 이 후보도 청년기본소득, 국민기본소득, 탈모약 급여화, 코로나19 손실보상 등이 재정부담이 있는 공약들이다.

차이점은 이 후보의 이념적 성향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이 후보는 친노동을 확실하게 천명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늘리겠다든가, 공정임금을 시범 실시한다는 것 등이다. 기업 정책도 대기업 이야기는 별로 없고 중소기업 정책이 많다. 이 후보의 성향과 현 정부의 성향이 유사한데, 이 후보가 한 단계 더 나아간 것 같다. 이에 비해 윤 후보는 큰 그림보다는 사안별로 차별성을 보이는 게 있다. 원전건설 같은 경우에도 이재명 후보와 구분이 되고, 복지도 선별적 복지정책 수단강화를 이야기했는데 기본 소득과 대비를 위해 나온 것 같다.

이 후보는 지향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유권자 선택에는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친노동ㆍ친중소기업 성향으로 투자 위축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윤 후보는 유권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경제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뚜렷하게 제시해야 한다.

김진영 교수

김진영 교수

김진영 교수= 주요 후보의 공약이라는 것이 대부분 모호하고 상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세한 항목을 평가하기보다 인상평가 수준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공약이 자꾸 바뀐다는 것이다. 준비가 안 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래도 후보별로 특징은 보인다. 이 후보는 워낙 오랜 기간 기본시리즈를 얘기했으니까 전 국민의 삶을 어느 정도 보장하겠다는 생각이 보인다. 윤 후보는 규제 개혁이나 민간 중심 이야기를 다른 후보에 비해 많이 하고, 일자리 창출도 강조한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노동자 후생을 중시하는 공약과 환경문제에 다른 후보보다 조금 더 비중을 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과학기술을 정면에 내세웠다. 중소기업 정책도 비교적 많이 나왔다. 특별히 눈에 띄는 건 연금개혁을 다른 후보보다 강하게 얘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후보 모두 새로운 기술을 경제개발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하지만 지식기술을 창출하는 게 사람인데, 그걸 뒷받침할 수 있는 인적 자원에 대한 고민은 지난 대선에 비해 후퇴한 것 같다.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이야기도 너무 취약하다. 재정을 걱정한다는 신호라도 후보들이 줬으면 한다. 그래서 안 후보의 연금 개혁 제안은 매우 긍정적이다. 이 후보도 새로운 세금 이야기를 그나마 하는데, 그분이 말씀하시는 공약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한지는 의문이다.

지역공약도 아쉽다. 지역자율을 확대할 수 있는 근본적 방안이 나와야 한다. 선거과정에서 선심성 공약이야 어쩔 수 없지만 지역균형 문제는 선심성 공약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문제는 나오고 있지 않다.

성태윤 교수

성태윤 교수


다른 듯하나 실은 비슷한 공약들

성태윤 교수=주요 후보의 공약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중위자 투표 이론’에 충실하게 (보수ㆍ진보에 치우치지 않은) 중간 지대에 모여 있다. 그런데 약 달성에 핵심인 부분을 놓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게 노동시장 문제다.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연령대 높은 분들에게도 실질적 일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만들면서도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 게다가 재정을 쓰는 이야기만 있다. 시장 구조개혁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아쉽다.

김상봉 교수

김상봉 교수

김상봉 교수=이 후보는 기본소득 등을 위해 적극적 확장재정을 주문한다. 윤 후보는 국가채무 만드는 정책은 안 하겠다면서도 세부정책에서 돈을 쓰겠다는 건 똑같다. 전체적으로 보면 두 후보의 공약이 내용과 방향도 비슷한 것 같다. 그러나 더 들여다보면 한쪽은 공공 위주, 한쪽은 공공도 가지만 민간도 가겠다는 쪽이다. 한쪽은 규제 유지를, 한쪽은 규제 완화를 이야기한다. 산업정책도 이 후보는 전환적 공정성장, 윤 후보는 고용주도 성장이다. 전환적 공정성장은 에너지, 디지털전환, 미래산업 투자확대, 규제 네거티브 전환 등인데 너무 한쪽 업종에 치우친 것 같다. 윤 후보는 기업규제 철폐, 중소기업 지원 강화 등을 약속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됐던 환경정책에서도 이 후보는 탄소세 신설, 재생에너지 확대, 2040년 내연차 판매 중단 등을 공약하고 있다. 윤 후보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재검토, 탈원전 정책 폐기 등 민간 위주 공약을 내놨다. 어느 것이 맞다고 이야기는 못할 것 같다. 두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공공 주도냐 민간 주도냐의 차이인 것 같다.

성태윤 교수=산업 정책이나 에너지 정책들은 특히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지금 우리 정책은 현실성을 고려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다. 정책들이 가지고 있는 방향성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현실성이 진짜 존재하는가에 대한 검토 없이 공약이 나오고 있는 느낌이다.

김동헌 교수

김동헌 교수


이재명 '공공' 강조, 윤석열 '민간' 강조

김동헌 교수=공약에서 큰 그림을 제시하지 못하는 건 코로나19 때문인 것 같다. 당장 소상공인 지원 문제가 워낙 크다 보니 잠재성장률 하락, 저출산 고령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약화, 교육 경쟁력 강화 등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부족하다. 다만 4차 산업혁명을 기반한 디지털경제의 중요성에 모두 공감하고 있는 건 다행스럽다.

이 후보의 공약 철학은 큰 정부, 민생경제, 디지털 경제의 가속화, 공적 역할 강조를 통한 재정 확대다. ‘공정 성장’이라지만 포용 성장의 후속으로 가는 느낌이다. 반면 민간 경제의 활성화와 관련된 부분에서 디테일한 창출 전략은 부족하다. 또 중소기업 못지않게 글로벌 기업을 어떻게 육성해 갈 것인가에 대한 규제완화 등에 대한 공약이 나왔으면 좋겠다.

윤 후보는 디지털 융합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부동산 쪽에서는 종합부동산세 폐지와 양도소득세 개편 등 세제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원전 비율을 30%로 유지하겠다는 것도 눈에 띈다. 윤 후보의 공약 특징은 이 후보에 비해 ‘작은 정부’, ‘민간중심 성장전략’을 채택한 점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양극화가 심화됐는데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디테일한 정책이 부족해 보인다. 또 주택공급도 비현실적 측면이 있다. 재정건전성과 2050 탄소중립, 원전 정책에 대해서도 구체적 청사진이 없다. 게다가 윤 후보도 선심성, 포퓰리즘적 공약이 있다.

안 후보 공약은 민간 중심의 부동산 회복, 5대 초격차 사업, 글로벌 대기업, 5대 경제대기업으로 정리되는 ‘트리플5’ 등이다. 그러나 주택공급 계획이 현실적이지 못하다. 중산층 주거복지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실현할 것인지 전략도 부족하다.

김진영 교수=보들이 탈모, 반려동물 등 생활밀착 공약을 내놓는 게 특징인데, 국민들의 생활을 걱정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측면이 분명 있다. 그러나 그런 공약은 자치단체장 선거에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전반적으로 성장과 복지의 큰 그림에 대한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즉흥적인 느낌이 강하다.

미중갈등과 글로벌공급망 이슈는 얘기도 없어

성태윤 교수= 경제 관련 국제 이슈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도 문제다. 이제 외교는 정치ㆍ안보는 물론이고 경제에서도 중요하다.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되고, 미중 대립이 대외의존이 높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게 현실인데도, 그런 부분에 대한 제시가 없다.

김상봉 교수=그렇다. 국제 통상과 경제와 관련된 외교 공약이 없는 건 큰 문제다. 세세하진 않아도 큰 형태로라도 이미 나왔어야 한다. 나중에 인수위에서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미리부터 큰 그림은 준비해야 한다.

박철성 교수= 공약을 쭉 보면 아직 비어 있는 데가 상당히 많다. 이 후보는 공약의 방향이 상당히 뚜렷한 거 같고, 문재인 정부보다 훨씬 강하다고 생각한다. 임금까지 나라가 주도적으로 해보려는 그런 얘기들도 하고 있다. 노동정책이 문재인 정부의 강화된 버전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환경 정책도 문 정부보다 탄소중립 등에서 강하게 나올 듯하다. 현 정부의 계승을 넘어 더 강화하는 쪽이라고 생각된다. 좋아하는 분도 있고, 싫어하는 분도 있겠지만 방향성만큼은 확실하다. 윤 후보는 공약의 디테일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인 얘기를 안 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제시해줬으면 좋겠다.

성태윤 교수= 주요 두 후보가 성장에 대한 얘기가 없다. 성장을 얘기하려면 자본을 어떻게 축적할지, 인구문제나 노동력을 어떻게 늘리고 투입할지, 생산성 높은 인적 자원을 어떻게 축적할지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성장전략을 추진하려면 기본적으로 4, 5개의 축이 정교하게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데, 그런 고민이 거의 없다. 현재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슈들이 빠져 있다.

김동헌 교수= 이 후보의 공약을 들여다보면 디지털 대전환 부분이 디테일하고 분량이 많다. 그런데 국가가 강하게 디지털 공공성이나 디지털 자유권·평등권을 주도하려고 한다. 국가의 역할은 디지털 경제가 성장하도록 어떤 인프라를 만들고, 어떤 규제를 할 것인가에 머물러야 되는데 공공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윤 후보도 ‘디지털 혁신구’, ‘디지털 플랫폼 정부’ 등 뭔가를 해보려는 것 같은데, 관련 규제를 어떻게 해야 국가의 디지털 브랜드를 이끌어 갈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

성태윤 교수=디지털 경제의 속성상 정부 주도는 맞지 않다. 경제발전 초기의 국가재정투입에 의한 산업정책을 이름만 디지털로 바꾼 것 같다.

박철성 교수=디지털 경제에서는 뭘 할 건가를 얘기하는 것보다는 뭘 하지 않을 건가를 알려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조철환 에디터 겸 논설위원
정리 김정현ㆍ김세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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