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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후 찾아온 근육통, 운동으로 잊는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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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가 격주 화요일 <한국일보>에 찾아옵니다. ‘여행하는 과학쌤’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인 이은경 고양일고 교사가 쉽고 재미있게 전해드립니다.
최근 '크로스핏'이라는 간판을 건 체육관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다양한 종류의 운동을 섞어 근육을 골고루 발달시키면서 기록 경쟁을 부추겨 운동을 독려하는 것이 크로스핏 체육관의 전략이다. 한 달 동안 직접 경험해보니 다이어트와 기초 체력 향상에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 며칠을 괴롭혔던 근육통도 사라졌다.
운동을 하면서 몸을 움직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골격근이다. 골격근이 수축하면서 연결되어 있는 골격이 함께 움직이는데, 근육이 수축하기 위해서는 근육세포 단위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근육세포는 섬유처럼 긴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근섬유라고도 불린다. 기다란 근육세포 여러 개가 꽃다발처럼 평행하게 다발로 묶여 골격근을 구성하고 있다. 그중 몇 개의 근육세포가 수축하는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수축하는지 등에 따라서 전체 근육의 수축 강도가 달라진다.
하나의 근육세포 내부에는 근육의 길이와 나란한 방향으로 미세한 필라멘트 가닥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근육세포 내부에는 근육의 길이와 나란한 방향으로 미세한 필라멘트 가닥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 필라멘트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가는 필라멘트 무리와 굵은 필라멘트 무리가 규칙적으로 번갈아 배열되어 있다. 손가락끼리 사이사이 얽혀 손깍지를 끼는 과정처럼 가는 필라멘트와 굵은 필라멘트가 서로 겹쳐 들어가게 되면 자연스레 전체 근육의 길이가 짧아지며, 이를 근육의 수축이라 한다.
근육이 수축하는 과정에서 필라멘트들이 움직이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음식을 통해 얻은 영양소를 분해하면서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근육을 많이 움직일수록 살이 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때 골격근의 종류에 따라서 어떤 대사 경로를 거쳐 에너지를 얻는지가 달라진다.
어떤 근육세포는 산소를 이용해 영양소를 태우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이 대사 경로는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많은 양의 에너지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닭의 다리처럼 지속적인 운동을 하는 근육에 적합하다. 반면 산소를 이용하지 않는 대사 경로를 주로 사용하는 근육세포는 빠르지만 적은 양의 에너지를 생성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날갯짓을 하는 닭의 날개처럼 짧은 시간 동안 빠른 수축을 하는 근육에 주로 분포한다.
사람의 눈이나 손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골격근은 빠른 수축을 하는 근육세포로만 이루어져 있다. 적은 양의 에너지를 생성하는 대사 경로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근육세포의 필라멘트를 움직일 에너지가 부족해 쉽게 피로해진다. 연필을 잡고 글씨를 쓰거나 젓가락질을 오래 하다 보면 손근육에 쉽게 통증을 느끼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사람의 팔이나 다리 등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골격근은 빠른 수축을 하는 세포와 느린 수축을 하는 세포가 섞여 있다. 이 세포들의 비율은 유전적으로 결정되어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운동을 반복한다면 근육세포가 주로 이용하는 대사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 적은 양의 에너지를 생성해 빠른 수축을 하던 근육세포가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성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면서 오랫동안 운동해도 근육의 피로함을 덜 느끼게 된다.
타고난 기초 체력이 약하더라도 꾸준한 운동을 통해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한 것이다. 여분의 당과 지방을 분해하고 근지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근육세포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부단한 노력이 중요하다. 근육세포의 대사 경로에 따라 근육의 피로도가 낮아진다면 자연스레 근육통도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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