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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 후 혈액 암 발생 위험 3배

입력
2022.02.1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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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환자에게서 혈액 암 가장 많이 발생
선행 암 치료 시 '백혈병 호발 제제' 피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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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가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 혈액 암에 걸릴 위험이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연구팀이 국립암센터 암 등록 자료와 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통해 2009~2013년 25가지 선행 암 환자 가운데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은 34만2,875명을 2019년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다.

암 환자는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혈액세포가 손상돼 2차적으로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나 골수형성이상증후군(비정상적인 조혈모세포로 인해 발생하는 혈액 암) 등 혈액 암에 노출될 수 있다. 이를 ‘치료 연관 골수계 종양’이라고 부른다.

연구 대상 암 환자 34만2,875명 가운데 치료 연관 골수계 종양이 발생한 환자는 629명(0.18%)으로, 일반인보다 2.96배(남성 3.08배, 여성 2.85배) 높았다.

이 중 선행 암 진단 후 5년 이내 치료 연관 골수계 종양이 생긴 환자는 408명으로 일반인보다 17.4배 많았다. 암 진단 후 5년이 넘어 치료 연관 골수계 종양이 생긴 환자는 221명으로 일반인보다 1.17배 많았다.

암종ㆍ성별로는 치료 연관 골수계 종양이 생긴 환자 629명 중에서 유방암 환자가 115명(18.2%)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갑상선암(54명)과 난소암(27명), 악성 림프종(20명), 형질세포종(20명) 순이었다. 남성의 경우 악성 림프종(48명), 폐암(36명), 간암(33명) 순으로 발생했다.

선행 암 치료 시 백혈병 호발(好發) 제제를 사용하는 것도 치료 연관 골수계 종양을 발생하는데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백혈병 호발 제제로는 알킬화제, 제2형 토포이소머라제 억제제, 백금화합물 등이 꼽힌다.

특히 선행 암 치료 시 백혈병 호발 제제를 2개 이상 사용하면 치료 연관 골수계 종양이 9배 정도 많아졌다. 반면 최근 사용이 늘고 있는 표적 치료제만 사용하면 치료 연관 골수계 종양 발생 위험이 일반인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치료 연관 골수계 종양 발생할 위험이 높은 환자로 △제2형 토포이소머라제 억제제 혹은 알킬화제 등 백혈병 호발 제제로 암을 치료한 환자 △방사선 치료나 백혈병 호발 제제를 2가지 이상 사용한 골암ㆍ연부(軟部)조직암ㆍ림프종ㆍ형질세포종양 환자 △병기(病期)가 진행된 유방암ㆍ난소암 환자 등을 꼽았다.

연구 책임자인 홍준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치료 연관 골수계 종양 발생 환자가 아주 적은 편이기에 암 환자가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 후 혈액 암 발생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확인된 고위험군은 암 치료 후 5년간 혈액검사 등을 충실히 하고 백혈병 호발 제제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홍 교수는 “고위험군이라면 혈액 암 발생 원인을 예측할 수 있는 선제적 유전자 검사의 효용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동 연구책임자 이나래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치료 연관 골수계 종양 같은 예후가 불량하고 경제적 부담이 큰 암은 조기 발견과 예방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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