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키 170㎝ 미만은 인권 없어” 日 프로게이머, 막말에 계약 해지

입력
2022.02.20 11:15
19면
구독

일본의 여성 프로게이머 다누카나가 트위터에 올린 자신의 사진. 트위터 캡처

일본의 여성 프로게이머 다누카나가 트위터에 올린 자신의 사진. 트위터 캡처


일본의 인기 여성 프로게이머가 동영상 생방송 중 남성의 키가 “170㎝가 안 되면 인권이 없다”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소속사는 이 선수와 계약을 해지하는 등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주 닛칸겐다이에 따르면 일본의 e스포츠팀 ‘사이클롭스 애슬리트 게이밍(CYCLOPS athlete gaming)’은 여성 프로게이머 다누카나와의 계약을 해지했다고 발표했다. 다누카나는 여성 프로게이머가 드문 일본 e스포츠계에서 격투게임인 ‘철권’을 플레이해 압도적인 지명도를 자랑해 왔다. 그러나 지난 15일 인터넷 동영상 생방송 중 “음식 배달을 시켰더니 배달원이 자신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보았다”면서 문제 발언을 해 순식간에 비난의 대상이 됐다.

다누카나는 “170㎝ 아닌 분은 인권이 없다. 그런 분은 ‘나는 인권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아라. 뼈 연장 수술을 알아봐라. 170㎝만 되면 인권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사실 ‘인권이 없다’는 표현은 일본 게임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은어로, “특정 스테이지를 공략하기 위해 꼭 필요한 캐릭터나 장비가 없다” 즉 “그 스테이지에 도전할 자격이 없다”는 뜻이라고 한다. 즉 다누카나의 발언은 “내게 (연애 대상으로서) 도전할 자격이 없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일본 여성 프로게이머 다누카나가 동영상 생방송 중 외모 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트위터를 통해 전파됐다. 사진은 문제 발언 부분을 편집해 올린 영상. 트위터 캡처

일본 여성 프로게이머 다누카나가 동영상 생방송 중 외모 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트위터를 통해 전파됐다. 사진은 문제 발언 부분을 편집해 올린 영상. 트위터 캡처


하지만 일반인들에겐 대부분 ‘인간으로서 기본권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또한 게임 용어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외모로 사람을 비하한 심각한 막말임에는 틀림없다. 뿐만 아니라 이 게이머는 과거에도 외모를 비하하거나 약자를 혐오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트위터에 올라온 그의 과거 발언을 보면 “A컵은 살 자격이 없다” “부모 집에 같이 사는 남자는 같은 인간이라고 볼 수 없다” “대머리는 전생에 나쁜 짓을 했다”를 비롯해 입에 담기 힘든 혐오 발언도 다수다.

다누카나는 트위터를 통해 사과했으나 소속사는 17일 그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소속사는 “부적절한 발언은 당사로서 결코 용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선수 계약 해제라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밝히고 사과했다. 또 “소속 선수의 교육, 지도 등 관리 체제를 강화하고 재발 방지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파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어떤 차별적이고 모욕적인 행위나 발언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소속사의 사과문을 놓고, 같은 팀에 소속된 다른 선수들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된 것이다. 특히 Kbaton이라는 선수가 2016~2017년경 장애인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발언을 다수 한 사실이 드러나자 소속사는 18일 Kbaton과의 계약도 해지했다고 발표했다. 해지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과거 혐오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는 추측이 많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