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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金 없다" 울고, 무너진 제자 다그치고... 기막힌 '러시아 피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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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금, 은메달을 쓸어 담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집안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차려 놓은 잔칫상이 내홍 탓에 엎어질 판이다.
금메달을 딴 선수는 원했던 목표를 이룬 뒤 공허함을 느꼈고, 은메달리스트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에 다신 피겨를 하지 않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금메달 0순위 선수는 ‘도핑 파문’ 여파로 노메달에 그쳤고, 스승은 하염없이 우는 제자를 왜 그렇게 연기했냐고 다그쳤다.
로이터통신, 유로스포츠 등 외신들은 18일(한국시간) 눈부신 결과를 내고도 ‘막장 드라마’ 같은 분위기에 휩싸인 러시아 피겨 대표팀 분위기를 집중 조명했다. 문제의 발단은 2위를 차지한 알렉산드라 트루소바의 돌출 발언에서 비롯됐다.
트루소바는 17일 프리스케이팅에서 올림픽 여자 선수 최초로 연기 도중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다섯 차례나 시도했다. 한 번도 넘어지지 않아 프리스케이팅(177.13점)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쇼트프로그램(74.60점)에서 4위에 그쳐 최종합계 251.73점으로, 안나 셰르바코바(255.95점)에게 금메달을 내주고 은메달리스트가 됐다.
내심 금메달을 기대했던 트루소바는 자신의 최종 순위를 확인한 뒤 오열하며 시상대에 오르기를 거부했다. 감정을 추스르고 시상대에 올랐지만 대회 마스코트 빙둔둔 인형을 들고 있는 모습에서 ‘손가락 욕설’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루소바는 경기 후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를 밀쳐내며 “올림픽 따위는 도전하지 않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나 빼고 전부 다 금메달이 있다. 정말 견디기 힘들다. 피겨가 정말 싫다. 다시는 스케이트를 타지 않겠다”며 오열했다. 투트베리제 코치가 다독이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트루소바의 격정적인 발언은 TV 화면에 그대로 잡혔다.
‘천재 소녀’ 카밀라 발리예바는 도핑 논란으로 인한 정신적인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쇼트프로그램 1위에서 최종 4위로 미끄러진 것도 서러운데, 코치의 추궁까지 이어져 멘털이 무너졌다. 유로스포츠는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치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빙판 밖에 나온 발리예바에게 투트베리제 코치가 꺼낸 말을 공개했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왜 포기했어. 왜 싸움을 멈춘 거야. 내게 이유를 설명해봐”라고 따져 물었다.
스승은 16세의 나이로 감당하기 힘들 만큼 전 세계적인 비난이 쏟아져 나온 상황에서 제자를 감싸기는커녕 다그치기 바빴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어린 소녀 선수들을 혹독하게 훈련시켜 성과를 내는 지도자로 악명 높다. ‘아이들을 일회용처럼 쓰고 버린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이번 발리예바의 약물 논란 배후로도 지목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외신들은 발리예바가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투트베리제 코치에게 버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투트베리제 코치 밑에서 2018 평창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은메달을 획득한 뒤 바로 결별한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는 오히려 발리예바에게 더 잘된 일이라고 격려했다. 메드베데바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신이 지옥에서 나와 정말 행복하다”며 “앞으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편안하게 숨쉬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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