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김보름 스피드스케이팅 중계 앞둔 배성재, 왜 사과 요구받나

입력
2022.02.18 09:00
구독

평창올림픽 '왕따 주행 논란' 팀 추월 경기 중계 당시
"최악의 모습" 표현 사용... "논란 불 지폈다" 지적
문체부·서울중앙지법 "경기 문제 없었다" 판정

SBS 유튜브 캡처

SBS 유튜브 캡처


스피드스케이팅 한국 국가대표 김보름의 베이징올림픽 매스스타트 경기 참가를 앞두고 네티즌이 배성재 SBS 캐스터를 향해 김보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배성재가 4년 전 평창동계올림픽 팀 추월 경기에서 '왕따 주행 논란'에 휘말린 주 원인이기 때문에 이를 언급하지 않고는 경기를 중계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이다.

김보름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 당시 박지우·노선영과 호흡을 맞췄지만 8강에서 탈락했다. 김보름과 박지우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노선영은 페이스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졌기 때문이다.

김보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잘 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뒤(노선영)에서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아쉽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는데, 이를 두고 온라인 여론이 "김보름이 노선영을 저격했다"는 식으로 해석하면서 이른바 '왕따 주행 논란'으로 비화했다. 노선영이 언론 인터뷰에서 "훈련할 때도 따돌림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파문이 더 커졌고, 김보름과 박지우, 빙상연맹을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에는 60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이해할 수 없는 막판 한 바퀴" 발언했지만... 문체부 "그런 상황 자주 발생"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중계에 임하는 배성재 캐스터와 제갈성렬 해설위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중계에 임하는 배성재 캐스터와 제갈성렬 해설위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재 네티즌은 당시 여론이 이렇게 치우치게 된 원인이 당시 SBS 스피드스케이팅 중계를 맡았던 배성재와 제갈성렬 해설위원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당시 배성재는 "노선영이 많이 처졌음에도 나머지 선수가 먼저 도착하는 최악의 모습이 연출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제갈성렬 해설위원도 "이런 이례적인 모습이 나온 것에 대해 선배로서 안타깝다. 앞으로는 이런 이례적인 장면이 나오지 않게끔 선수와 지도자들은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며칠 뒤 경기에서도 배성재는 "여자 팀 추월의 이해할 수 없는 막판 한바퀴 때문에 온 나라가 그 이슈에 휩싸여 있다"고 재차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가 빙상연맹 특정감사를 통해 밝혀낸 결과는 정반대였다. 문체부는 감사를 통해 "선수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던 경기로 판단된다"면서 '왕따 주행'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체부는 뒤 선수가 떨어져 주행하는 장면 역시 팀 추월 경기에서 자주 발생하는 장면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보름, 노선영 상대 소송서 일부 승소


2018년 2월 21일 강원 강릉시 스피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팀추월 7-8위전에 출전하는 한국 노선영(앞줄 오른쪽), 김보름이 이야기를 하며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2018년 2월 21일 강원 강릉시 스피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팀추월 7-8위전에 출전하는 한국 노선영(앞줄 오른쪽), 김보름이 이야기를 하며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지난 16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판결에서 문체부의 감사 결과가 타당했다고 재확인했다. "이 사건 경기는 정상적 주행이었고, 오히려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주행순서를 결정하고 선수 간의 간격이 벌어질 때 적절한 조처를 할 지도력의 부재 등으로 초래된 결과"라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판결에서 노선영의 대회 후 인터뷰가 김보름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이미 김씨의 답변 태도로 인해 왕따설이 촉발된 상황에서 해당 인터뷰로 명예가 훼손됐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김보름이 이 재판에서 승소한 부분은 대회 이전인 2017년 11∼12월 노선영이 팀 후배인 김보름에게 트랙을 빨리 탄다며 폭언한 부분이다.

김보름은 2019년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2010년 선수촌에 합류할 때부터 작년까지 괴롭힘을 당했다"면서 "코치에 요구에 맞춰서 뛰었는데 천천히 뛰라면서 훈련을 방해했다"고 말한 바 있다.

판결 이후 김보름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일 힘들었던 건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채 거짓이 진실이 되고 진실이 거짓이 되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재판을 시작하게 됐고, 그날 경기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이 이제야 밝혀지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배성재(왼쪽)와 이수근(오른쪽)이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조작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방송 캡처

배성재(왼쪽)와 이수근(오른쪽)이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조작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방송 캡처


네티즌은 평창 올림픽 당시 팀 추월 경기에서 한 선수가 뒤로 처지는 장면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것임에도 "최악의 모습"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배성재와 제갈 해설위원 등 SBS 중계진이 여론의 쏠림을 유발한 것이라며 "둘은 김보름의 논란을 둘러싼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다만 "당시 모든 네티즌이 김보름을 비난하고 노선영을 옹호했는데 이 사건이 두 중계진만의 문제냐"는 일부 반박도 있다.

배성재에 대한 동일한 사과 요구는 지난해 12월 SBS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 편집 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 이후에도 잠시 제기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여성 연예인으로 구성된 축구팀 간 경기를 중계하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인데, 제작진이 경기의 순서 일부를 뒤바꿔 극적으로 편집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중계를 맡은 배성재 역시 비판을 받고 해명 및 사과한 바 있다.


인현우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