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판판이 깨지는데 무슨 염치로”…中 남자 축구 ‘고액 연봉’ 된서리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프로 스포츠 선수는 실력이 곧 돈이다. 하지만 중국 남자 축구는 고액 연봉에도 불구, 월드컵 본선 진출이 번번이 좌절되며 맥을 못 추고 있다. 때마침 연봉 40% 감축 방침이 알려지자 팬들은 “당연한 조치임에도 아직 성에 차지 않는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아시안컵 우승으로 사상 최대 포상금 잔치를 벌이는 여자 축구를 아낌없이 성원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에도 구단들은 선수 유출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지만 등 돌린 팬심과 성난 여론을 달래기엔 버거워 보인다.
중국 매체 축구보는 13일 “중국축구협회가 국내 선수는 최고 300만 위안(5억6,300만 원), 외국 용병은 200만 유로(27억 원)로 제한한 연봉 상한선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신랑차이징 등 다른 매체들은 “300만 위안을 받아 세금을 떼고 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200만 위안(3억7,500만 원)에 불과하다”면서 “더 이상 돈 잔치를 벌이는 슈퍼리그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박한 대우에 재능 있는 선수들이 모두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중국 축구가 과거의 느림보 축구로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담겼다.
중국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고액 거품’ 논란에 2018년부터 축구선수 연봉 상한을 단계적으로 낮춰 왔다. 한때 1,000만 위안(18억7,900만 원)을 훌쩍 넘었지만 지난해 500만 위안으로 대폭 줄였다. 이에 아랑곳없이 “대체 무슨 염치로 그렇게 큰 돈을 받느냐”, “축구선수들이 양심을 버렸다”는 비난이 봇물을 이뤘다. 1일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중국이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베트남에마저 참패하면서 팬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이번 감축안이 시행되면 300만 위안으로 1년 만에 다시 연봉의 40%가 깎인다. 돈줄을 죄면서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2019년 기준 중국 남자 축구선수 평균 연봉은 일본의 5배, 한국의 10배에 달했다.
이처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중국 팬들은 아직 분이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중국 사회 고위직 월급이 3만 위안(562만 원) 안팎이고 연봉으로 쳐도 30만~40만 위안(5,625만~7,501만 원)에 불과하다”면서 “이보다 돈을 많이 받아야 할 정도로 축구선수들이 사회에 공헌하고 있느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대졸 초임 평균(6,000위안)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시장 논리에 좌우되는 프로 스포츠 연봉체계에 중국 특유의 공동체의식과 사회적 가치관을 주입한 셈이다.
반면 중국 여자 축구선수 연봉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흔쾌히 받아들였다. 중국 여자 국가대표는 100만 위안 이상, 프로팀 주전은 평균 30만~40만 위안을 받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만~2만4,000파운드(3,232만~3,879만 원), 노르웨이 1만2,000~2만4,000달러(1,436만~2,872만 원)보다 연봉이 훨씬 높다. 그럼에도 중국 여론은 “남자 선수 연봉을 또다시 감축해도 국위선양에 앞장선 여자 선수들 연봉에 비하면 여전히 두 배 이상 많다”며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들었다.
냉담한 시선에 중국 남자 축구선수들은 숨을 죽였다. 대신 슈퍼리그에 참가하는 16개 프로팀 구단주들이 총대를 멨다. 이들은 남자팀이 벌어들이는 평균 수입이 여자팀의 60배가 넘는다고 항변했다. 경기당 평균 관중 입장 수는 여자팀이 1,840명인 데 반해 남자팀은 2만3,464명(2018~19 시즌 기준)으로 12배 이상 많았다. 중상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나이키 1억 위안을 포함해 중국 남자팀 스폰서의 협찬 금액은 3억800만 위안(582억9,500만 원)에 달했다. 따라서 “구단이 많이 버는 만큼 돈 보따리를 풀어야 우수한 기량의 선수들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남자 축구에 워낙 실망하다 보니 프로 구단들이 아무리 읍소해도 별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