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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 150㏊ 잿더미' 영덕산불 주범은 농업용 반사필름

입력
2022.02.17 10:35
수정
2022.02.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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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에 날려 전신주 전력선 스파크
바싹 마른 수목에 옮겨 붙어 확산

17일 새벽 경북 영덕군 영덕읍 야산에 전날 새벽 재발화한 영덕산불이 번지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17일 새벽 경북 영덕군 영덕읍 야산에 전날 새벽 재발화한 영덕산불이 번지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150㏊가량의 산림을 태우고 17일 오전 현재 사흘째 타고 있는 ‘영덕산불’ 원인으로 농업용 반사필름이 지목되고 있다. 과수농가의 필수농자재인 반사필름이 엄청난 산불을 초래한 셈이다.

영덕군에 따르면 이번 산불의 시작인 지품면 삼화리 산불은 15일 오전 4시쯤 났다. 이날 불은 오전 11시쯤 큰불이 잡혔고 같은 날 오후 5시쯤 완전 진화된 것으로 판단됐다. 하지만 이불은 16일 오전 2시18분쯤 인접한 영덕읍 화천리 야산에서 재발화했다.

영덕군은 최초 산불 원인으로 농업용 반사필름을 지목했다. 영덕군 관계자는 “산불방지협회 조사결과 이 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농업용 반사필름이 강풍에 날려 농경지 인근 전신주 전력선에 닿으면서 합선을 일으켜 스파크가 발생했고, 그 불꽃이 수목에 옮겨 붙었다는 설명이다. 1차 조사에서 전신주에 타다 남은 반사필름 흔적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용 반사필름은 과수용 농자재다. 과일 아래쪽에도 햇볕이 잘 닿도록 해 당도를 높여주고 색이 곱게 나도록 하기 위해 쓴다. 과일의 색상이 특히 중요한 사과밭에서는 없어서 안 되는 필수품이다. 알이 어느 정도 굵어진 뒤 색이 오르기 시작할 때 나무 아래에 깐다. 농민들은 필름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벽돌 등으로 눌러 고정한다. 영덕에서도 600여 농가가 반사필름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반사필름이 비닐재질에 전기가 잘 통하는 알루미늄을 증착한 것이어서 잘 썩지 않고 바람에 날려 전신주에 걸리면 정전이나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가연성 재질에 금속성분을 증착한 것이다 보니 한번 불이 붙으면 얼마든지 다른 데 옮길 수 있다.

한편 산림청은 16일 오후 산불대응 3단계(전국의 산림진화 자원을 동원)를 발령하고 17일 새벽 동이 트자 헬기 40대를 투입해 10시 현재 진화 중이다. 또 소방청도 소방동원령 1호를 발령, 경북을 제외한 전국 8개 시도에서 펌프차 등 74대 185명을 현장에 동원했다. 경북소방본부도 도내 전 소방자원을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진화에 합세했다. 오전 10시 현재 영덕산불현장에는 소방 일반공무원 군 경찰 등 2,395명이 진화 중이다.

농업용 반사필름이 닿아 스파크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전봇대. 영덕=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농업용 반사필름이 닿아 스파크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전봇대. 영덕=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영덕=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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