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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내세울 민주주의인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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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중국에 내놓고 자랑할 우리 것은 한복도 김치도 아닌 민주주의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면서 편파 판정에 감정이 끓고, 이웃국가를 배려하지 않는 중국에 아연해질 수밖에 없다. 여러 시비와 폄하는 대국의 의연함과도 다른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중화인 애국주의에 젖은 중국을 정말 초라하게 만드는 건 우리의 민주주의이고, 그 제전인 대통령 선거다. 정치 사회의 체제가 다르긴 하나 자기 손으로 지도자를 선출하는 민주주의를 중국인들도 염원하고 있다. 대륙의 금서로 화제를 모은 ‘송나라의 슬픔’의 저자 샤오젠성은 “중국에서 민주와 자유를 실현하기란 왜 이리 어려운 것일까”의 답을 찾는 과정으로 책을 썼다.
그가 찾아낸 중국인이 민주, 자유와 인연이 없는 이유는 아주 독특하다. 서구에선 인간은 결코 신, 성인이 될 수 없는 존재이고 그래서 신을 제외한 어떤 권위나 권력을 인정하지 않아 민주적 장치를 발달시켰다. 민주선거 언론자유 다당제 삼권분립 사법독립 등이 바로 권력 분산, 상호 견제를 위한 장치에 속한다. 그런데 중국에선 인간과 신의 관계가 혼란스러워 지배자에 대한 개인 숭배, 인치가 생겨나고 권력 견제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기독교가 신권정치를 배태시킨 역사를 외면하면서까지 이런 주장을 펴는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비민주적인 중국의 지배체제를 비판하려는 기제에 다름 아니다. 1911년 아시아 최초의 공화국을 건립한 것은 중국이고 1949년 다시 공화국을 세우는 데도 중국은 성공했다. 샤오젠성은 그때 민주가 진정 도래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여전히 이긴 자는 왕이 되고, 지는 자는 역적이 되는 정권교체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올림픽이 시진핑 주석의 3연임 집권을 위한 업적 만들기로 비판받는 것도 이런 중국의 한계인 셈이다. 따져보면 웅대한 역사를 가졌고 G2를 자처하는 중국이 세계인을 모셔 놓고 억지 힘자랑을 할 일은 아니다. 내부 논리를 떠나 세계인을 손님으로 대접했다면 그토록 원하는 대국굴기는 중국의 미덕이자 저력이 됐을 것이다.
지구전이 된 사이버전에서 중국 누리꾼들의 반한, 혐한은 도를 넘었고, 중국이 우리의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공정’도 이번만이 아니다. 가드를 올리는 게 자연스러우나 그렇다고 과도한 반중, 혐중으로 맞대응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우리는 중국의 한 지식인이 염원하는 민주, 자유의 제도를 구축해 가동 중이다. 그리고 정치개혁 없는 경제발전이 다양한 사회 문제, 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경험칙에 속한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민주주의 요체인 우리의 대선이 중국 지식인이 희망하는 대안일지 대답하기 어려운 점이다. 네 편 내 편의 편가르기와 혐오, 적대, 포퓰리즘으로 비틀대는 대선은 할 말을 잃게 한다. 지금의 흐름이 지속된다면 선거 뒤 어느 한쪽은 현대판 사화(士禍)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분열과 갈등을 고려하면 민주주의 제전은 베이징 올림픽만큼이나 비싼 정치행사일 수 있다.
감내해야 할 민주주의 비용보다 더 고민스러운 대목은 민주와 자유에 걸맞은 지도자를 선출하는 일이다. 후보들이 보여주는 우려가 샤오젠성이 비판하는 독재, 인치의 굴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문제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시 주석이 장기 집권의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중국 지도자들은 적어도 도덕적 리더십으로 국가를 이끌어왔다는 평을 듣는다. 최근의 전직 지도자들이 감옥에 가거나 업적을 부정당하지 않는 저렴한 독재라 할 수 있다.
이에 비교할 것은 아니나 민주주의는 지도자를 잘못 뽑은 오류를 선거로 시정하면서 큰 대가를 치르곤 한다. 최소한 그간의 민주와 자유가 헛수고가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대통령은 잘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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