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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벌레 취급하네" 코로나 격리병동 입원 첫날, 그는 화부터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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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종사자라면 평생 잊지 못할 환자에 대한 기억 하나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생명을 구한 환자일 수도 있고, 반대로 자신에게 각별한 의미를 일깨워준 환자일 수도 있다. 아픈 사람, 아픈 사연과 매일 마주하는 의료종사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10분 후 환자 도착입니다. 병실 확인하고 준비해주세요.”
무전기 너머로 소리가 들렸다. 난 방호복 위에 덧가운과 장갑을 착용한 후 환자를 맞기 위해 출입문에 섰다. 짧은 시간이지만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이번에는 어떤 경로로 감염돼 이곳에 오는 걸까, 환자의 심리상태는 어떨까, 의료진과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할 텐데...
코로나병동 근무 벌써 2년. 그럼에도 늘 긴장상태다. 작은 실수 하나로 내가 감염될 수 있고, 나로 인해 또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다.
중년의 남성 환자가 출입문을 통해 들어섰다. 그는 격리병동 안과 병실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어둡고 두려운 표정이었다. 나는 고글 너머로 웃음을 지으며 “안녕하세요”라고 밝게 인사를 건넸지만, 환자는 반응이 없었다. 병실을 안내해주고, 병원생활 안내를 시작했다.
“이곳은 일반 병실이 아니라 음압기가 작동되는 병실입니다. 창문이나 병실 문을 함부로 열면 안 됩니다. 병실 안에서만 확진일 기준으로 10일 지내셔야 하는데, 답답해도 잘 이겨내서 퇴원하실 수 있게 저희 의료진들도 열심히 돌보아 드리겠습니다. 힘들거나 어려운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편히 쉬세요.”
하지만 환자는 정색하며 짜증 섞인 억양으로 중얼거렸다. “어떻게 이 좁은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같이 지내나. 감옥이 따로 없네”, “열흘이나 여기 있어야 한다고? 완전 벌레나 다름없네."
좋든 싫든 이제 환자와 간호사는 하나가 되어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함께 전진해야 한다. 코로나 환자 대부분은 근육통과 고열로 인한 증상과 호흡기 증상을 보인다. 치료에 들어갈 때마다 자세한 설명이 이루어졌지만, 환자는 심리적인 불안과 공포가 커 보였다. 그는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듯, 주변 상황과 상관없이 불안감이 섞인 표현으로 말했다.
“내가 왜 하필 코로나에 걸린 거지?” “정부 방침대로 코로나 백신까지 맞았는데, 왜?” “코로나 검사 결과가 맞는 거야? 잘못된 게 아니야?”
사실 이런 심리적 불안감은 당연하다. 얼마나 당혹스럽고 불안할까. 병실 생활의 답답함 속에서 누군가에게라도 호소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난 앞으로의 치료 계획에 대해 수시로 설명하면서 잦은 소통의 시간을 갖고, 정서적 지지를 위해 많이 노력했다.
그 노력과 정성 덕일까. 입원 후 5일이 지나자 환자도 차츰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힘내세요. 간호사님들도요.” “가족처럼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후각, 미각이 없어져서 통 입맛이 없는데 그래도 조금이라도 밥 챙겨 먹으라고 매 끼니때마다 간호사 선생님이 말해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사과까지 했다.
"처음에 너무 미안했어요. 확진 소식 듣고, 난생 처음 집 앞에 앰뷸런스가 오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고, 가족과 지인들 생각뿐이었지요. 고생하시는 의료진의 모습이 전혀 눈에 들어오질 않더라고요.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처음 와서 말 험하게 하고 나만 힘들다고 했던 순간순간이 너무 부끄럽습니다.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그렇게 간호사와 환자는 친구가 되어 갔다. 병실 생활에 익숙해지자 환자들은 책을 읽거나 간단한 스트레칭 운동도 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보냈다.
나는 답답한 병원 생활에 조금이나마 활력을 주기 위해 환자에게 한라산과 오름 사진을 보여줬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환자는 산과 오름 해설사였다. 그는 오히려 산과 오름에 대해 나에게 자세히 설명해줬고, 본인 휴대폰에 저장된 멋진 산 풍경 사진들을 보여줬다. 이 순간만큼은 병원이 아니라 동호회 모임 같았다.
시간이 흘러 퇴원 전날이 됐다. 환자는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설렘에 통 잠을 못 이루는 듯했다. 아침이 되자 모든 것을 털어내듯, 샤워하고 짐을 챙겨 나갈 준비를 서둘렀다. 마침내 퇴원 시간이 됐다. 그는 배웅하는 우리에게 수없이 감사하다, 고맙다, 미안하다’를 반복하며 90도로 인사를 했다. 나도 “그동안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길 빕니다”라고 인사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확진환자가 코로나병동에서 건강하게 나갔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때까지 처지지 말고 같이 힘을 내면서 서로에게 행복을 나눠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으면 한다.
내가 건강한 마음을 가져야 환자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릴 수 있다. 간호사도 똑같이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지만, 그래도 환자에게 그걸 보일 수는 없다. 힘들어도 국가 감염병 재난극복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결국은 우리 모두가 행복한 일상생활로 돌아갈 날이 곧 올 것이다. 나는 이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오늘도 격리병동에 들어간다.
※잊지 못할 환자에 대한 기억을 갖고 계신 의료계 종사자분들의 원고를 기다립니다. 문의와 접수는 opinionhk@hankookilbo.com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선정된 원고에는 소정의 고료가 지급되며 한국일보 지면과 온라인페이지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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