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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판자촌 강남 구룡마을...1만2000가구 공공개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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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은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린다. 주변에는 초고층 아파트들이 치솟았지만 30년 동안 곧 쓰러질 듯한 판잣집 1,100여 가구가 몰려 있는 구룡마을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금싸라기 땅 강남의 외딴섬 같은 구룡마을 개발이 갑자기 대선 공약으로 부상했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겸 상임선대위원장이 주택 1만2,000가구를 공급하는 이재명 대선후보의 계획을 밝히면서다. 그중 5,000가구는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반값 이하로 공급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구상이다.
송 대표는 "개발이익을 전 국민과 공유하고 무허가 집에 거주하는 전원에게 입주권을 주겠다"고 했지만 공약을 발표한 날 만난 구룡마을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30년 전부터 개발 시도가 번번이 무산된 탓에 기대감이 낮아 보였다. 대선 직전 등장한 공약이 현실과 동떨어져 오히려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17일 서울시와 부동산 전문가 등에 따르면 분양권 갈등 해결 가능성부터 만만치 않다. 현재 구룡마을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도시개발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 서울시는 26만여㎡ 부지에 2,838가구(분양 1,731가구, 임대 1,107가구)를 건설하는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을 인가했다.
서울시와 강남구, SH공사는 내년 착공을 앞두고 주민들과 협의 중이다. 서울시는 "무허가 주민들에게 분양권을 줄 법적 조항이 없다"며 임대주택 입주를 제안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오래 거주한 만큼 분양권을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주민은 "임대료를 낼 수 있었다면 이런 낡은 곳에서 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분양권에 부정적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법을 위반한 무허가 주민들에게 분양권을 주는 건 면죄부가 된다"면서 "재개발을 원하는 다른 지역의 원주민들이 도미노처럼 분양권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토계획법에 4종 일반주거지역을 신설해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하는 공약은 인근 주민 간 갈등 조장 우려도 있다. 구룡마을 맞은편에 들어선 래미안 아파트에는 2,000여 가구가 살고 있다. 그 옆에는 2024년 6,000여 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여긴 대모산 조망권으로 프리미엄 붙었던 아파트"라며 "높은 건물이 사이에 들어오면 주민들 반발이 무척 클 것"이라고 전했다.
인근 아파트의 한 주민은 "출퇴근 시간마다 언주로가 꽉 막히는데 1만2,000가구가 더 들어오면 교통체증은 말도 못할 정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500%는 주거공간에 걸맞지 않는 용적률"이라며 "도시 공간 속 조화를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짓는다면 마을 공동체 간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집값의 10%만 내고 저렴하게 살다 10년 뒤 확정분양가로 받는 '누구나집'을 구룡마을에 짓겠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난색을 표한다. 김모(77)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하루하루 버티는데 분양권을 사는 건 생각도 못한다"며 "이 주변은 평(3.3㎡)당 1억 원이 넘는다는데 입주할 땐 얼마나 오를지 모르지 않냐"고 말했다. 최은영 도시연구소장은 "분양가를 감당할 만한 소득이 있는 사람만을 위한 공약"이라며 "주민 재정착률을 높이겠다는 방향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구룡마을 주민들은 이해관계가 다층적인 만큼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귀범 구룡마을 주민자치회장은 "공약 발표 전 선거 캠프 사람들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었다"며 “신중하게 검토한 뒤 발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아직 공약 단계라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차근차근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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