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HI★초점] 'SNL 코리아', 톱스타들은 왜 망가졌나

입력
2022.02.17 08:43
배우 허성태가 최근 'SNL 코리아 시즌2'에 출연해 코카인 댄스로 화제를 모았다. 유튜브 'SNL코리아' 공식 유튜브 채널

배우 허성태가 최근 'SNL 코리아 시즌2'에 출연해 코카인 댄스로 화제를 모았다. 유튜브 'SNL코리아' 공식 유튜브 채널

'이미지가 곧 생명'으로 여겨지던 배우들이 망가짐을 불사하고 있다. 그것도 국내 연예계에서 일명 '톱' 급 배우라 불리는 스타들이 말이다.

19금 드립은 기본이요. '어쩔티비, 저쩔티비'로 대표되는 10대들의 말투부터 BJ나 유튜버 사이에서 유행하는 퍼포먼스까지 상상을 뛰어넘는 변신은 가히 충격적일 정도다. 대체 이들은 왜 '물불 가리지 않는' 변신에 뛰어들었을까.

지난해 쿠팡플레이가 론칭한 오리지널 코미디쇼 'SNL 코리아'의 기세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사회 초년생의 말투와 행동을 리얼하게 묘사하며 인기를 모은 '주 기자' 주현영이나 대선을 앞두고 물오른 정치 풍자 콩트도 힘을 싣고 있지만, 역시 'SNL 코리아'의 화제성을 견인하는 것은 매 회 등장하는 호스트들이다. 시즌1 첫 방송 당시 호스트로 나선 배우 이병헌을 비롯해 하지원 조정석 김동욱 조진웅 등 쟁쟁한 스타들이 잇따라 출연하며 'SNL 코리아'는 쟁쟁한 OTT 콘텐츠 경쟁 속 성공적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시즌1이 쟁쟁한 스타들의 출연 속 막을 내린 덕분일까. 시즌2 역시 첫 시즌 못지 않은 라인업을 이어갔다. 1회 호스트로 출격해 기록적인 화제성을 모으는 데 일조한 신혜선을 비롯해 강하늘 이동휘 허성태 등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얼굴들의 등장은 매 회 놀라움과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배우 신혜선은 10대들의 말투를 살벌하게 내뱉는 '잼민이' 연기로 유튜브 700만 뷰를 돌파했다. 'SNL 코리아' 공식 유튜브 채널

배우 신혜선은 10대들의 말투를 살벌하게 내뱉는 '잼민이' 연기로 유튜브 700만 뷰를 돌파했다. 'SNL 코리아' 공식 유튜브 채널

한 명만 섭외하기도 어려운 스타들이 잇따라 출연한 것도 놀랍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이 'SNL 코리아'에서 보여준 전대미문의 콩트였다. 진지한 표정으로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을 추는 이병헌부터 여장을 하고 '사쿠란보 챌린지' 댄스를 추는 김동욱, 10대들의 말투를 살벌하게 내뱉는 '잼민이' 신혜선, 상의를 탈의한 채 자신에게 취한 표정으로 치명적인 '코카인 댄스'를 추는 허성태까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이들의 파격 변신은 '충격'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만큼 효과는 상당했다. 국내 OTT 플랫폼 시장서 후발주자로 경쟁에 뛰어든 탓에 타 OTT 플랫폼에 비해 오리지널 콘텐츠가 부족한 쿠팡플레이에게 'SNL 코리아'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것이다. 지난 10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가 발표한 쿠팡플레이의 주간활성이용자수는 약 200만 명에 육박했다.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유튜브에서의 반응은 더욱 뜨겁다. 일례로 시즌2 신혜선 편 하이라이트 영상은 16일 기준 'SNL 코리아'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700만 뷰를 돌파했으며, 허성태 편 하이라이트 영상은 300만 뷰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망가짐을 선택한 배우들? 거절할 이유가 없다!

이쯤되니 궁금증은 한 곳으로 모인다. '그간 이미지 소비에 인색했던 톱 배우들이 'SNL 코리아'에서 망가짐을 불사한 이유는 대체 뭘까'다.

가장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이유 중 하나는 쿠팡이 콘텐츠에 투자한 거대한 자본이다. 콘텐츠에 출연하는 스타와 소속사의 입장에서 다른 예능에 비해 월등히 높은 출연료는 무시하기 어려운 매력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쿠팡은 지난해만 쿠팡플레이에 1,000억 원 상당의 자본을 투자했다. 그 중 'SNL 코리아' 시즌1 제작비에 투입된 금액만 무려 12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1이 총 10회 분량으로 제작됐던 것을 감안할 때, 회당 12억 원에 가까운 제작비가 분배됐을 것으로 보인다. 탄탄하게 확보한 자본은 곧 안정적인 캐스팅으로 연결됐다. 시즌1 당시 호스트로 출연했던 한 배우가 한 회 출연료로 1억 원 이상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른 호스트들 역시 상당한 출연료를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물론 높은 출연료만으로 코믹 연기를 불사했다는 추측은 쉽게 성립되지 않는다. 하지만 'SNL 코리아'를 통해 보여주는 콩트 연기로 기존의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이미지 구축·변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배우로서 어느 정도 신비주의 이미지를 고수하는 것이 필요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친근하고 솔직한 스타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 만큼, 'SNL 코리아' 출연을 통한 이미지 변신은 결코 나쁜 기회가 아닌 것이다. 여기에 현재 가장 활발하게 문화를 소비하는 MZ세대에게도 강렬한 눈도장을 찍을 수 있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출연료와 화제성, 두 가지로도 섭외가 어려운 스타들을 공략할 방법도 있다. 'SNL 코리아'의 크루이자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는 신동엽의 존재다. 실제로 'SNL 코리아' 시즌1 첫 회 호스트로 출연한 이병헌은 당시 수차례 출연 제안을 고사하다가 결국 출연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신동엽이 우리 집에 와서 밤새도록 이건 출연을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새벽 3시쯤에는 눈물을 보이더라"고 설명한 바 있다. 방송을 위해 다소 과장된 설명이 곁들여지긴 했지만 실제로도 신동엽은 출연자 섭외에 있어 상당한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혜민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