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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먹는 일에 진심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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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가 만든 수많은 변화는 음식 동네에도 일찍이 밀어닥쳤다. HMR와 밀키트니, 하는 용어를 전문가 아닌 일반인도 쓰는 시대다. 코로나 특수 시장이라 할 그 시장도 성장하다 못해 내부 분화와 분열이 일어나고 이합집산한다. 사모펀드 같은 투자 자본이 몇조 원을 쏟아붓는다고 한다. 내가 아는 한 개발회사도 예의 사모펀드에 팔렸는데 1,000억 원을 호가했다.
예전에는 이런 자본들이 가맹점 많은 프랜차이즈를 많이 샀다. 치킨이 대표적이다. 이제는 새로 형성된 이쪽 ‘즉석식품’ 회사를 사거나 투자한다. 돈은 얼마든지 댈 테니, 쓸 만한 아이템을 내놓으라는 투자자들이 많다. 크게 보면 코로나가 불을 붙였겠지만, 이미 크고 있던 시장이었다. 1인 가구, 맞벌이 같은 재래의 조건에 더해 코로나로 모바일의 재미가 더해진 셈이다.
전통적으로 외식시장의 갑은 고기다. 정육점 같은 대면 구매 시장도 모바일로 많이 들어갔다. 요새 고기의 메카 마장동은 겉으로 보기에는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시장을 기지로 삼아 모바일로 고기를 파는 선수들이 득실거린다. 포털 쇼핑몰에서 취급하는 고기는 전통시장에 기반을 두고 움직인다. 한우와, 수입소, 젖소와 돼지고기를 어떻게 가공하고 칼질해서 상품화를 잘하느냐, 마케팅을 잘하느냐 경쟁이 치열하다. 말하자면 이제 고기 시장은 혁명적인 상황이다.
고기 파는 식당만 해도 웨트에이징에 드라이에이징, 무슨무슨 교차 숙성이나 ‘빙점하 저온 워터 숙성(?)’이라는 말이라도 하나 안 내걸면 경쟁이 안 된다. 그걸 역이용하여 '숙성이고 나발이고 고기가 좋아야 맛있다'는 마케팅을 하는 식당도 있다. 일본식 초밥집에서 유행하던 오마카세(주인에게 메뉴를 일임하는 주문 방식)를 가져와서 ‘우(牛)마카세’라는 방식도 나왔다. 한국에 원래 있던 왕년의 '주인 맘대로'가 이름을 바꾼 건데 대체로 고급 부위를 낸다. 한우도 등급체계가 바뀌어서 투플러스(속칭 투뿔)도 뒤에 숫자가 붙어서 투뿔 8이니 9니 하고 난리다. 옛날엔 거두절미하고 그냥 로스라거나 등심이라고 팔던 것이 세분화되어 급기야 정식 호칭도 아닌 새우살 무슨 살 정도는 내야 고깃집이 행세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소고기든 돼지고기든 특정 부위 이름을 새로 짓는 전문가가 따로 있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요란하다. 이 추세를 못 따라가서는 미식가 소리도 못 듣는다. 꼬들살, 황제살, 장미살, 안심덧살…. 마케팅이라고 폄하만 할 건 아니다. 그간 별 대우 못 받던 부위도 잘 손질하고 이름 붙여서 데뷔시키는 것도 좋은 일인데 숨이 차서 손님이 따라가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우둔이라고 부르는 소 엉덩이살은 늘 천덕꾸러기여서 불고기감으로 싸게 팔렸는데, 육회가 뜨면서 거리의 고깃집이든 모바일이든 아주 인기가 좋다.
그럼 이것이 대세가 되고 인기 유지가 될 것인가. 그건 아무도 모른다. 고기는 변하지 않는데, 유행 마케팅이 더 드센 까닭이다. 유행이란 화장을 시키는 것이고, 싫증나기도 좋다. 오죽하면 고급 냉장육이 정석이던 돼지고기 구이 시장에 싸구려로 취급하는 냉동 삼겹살이 복권되었겠는가. 제때 못 팔아서 냉동시켜두고(이걸 전문용어로 동결이라고 부른다) 팔던 삼겹살이 동나서 이제는 아예 멀쩡한(?) 고급 냉장육을 냉동시켜 쓰는 집이 다수다.
먹는 일에 진심인 대한민국이라고 해도, 요즘의 변화는 정말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든다. 어쨌거나 고기 한 점 먹는 일도 일종의 카오스다. 파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때로 당황스러운 시대다. 어쨌든 오늘 먹을 고기를 고르기 위해 스마트폰을 쓸어내리는 건 또 무언가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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