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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의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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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오늘(2020년 2월 21일),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대거 쏟아지면서 전체 환자 규모가 100명을 처음 넘어섰다. 이날 폐쇄 병동 한 곳에선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확인되기도 했다. "지역 방어망을 구축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가 급히 하달됐고, 정부는 발표를 주저했던 코로나19의 '지역감염 사태'를 공식화하기에 이르렀다.
전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당시 전체 확진자 규모의 1,000배에 달할 정도로 쏟아지는 지금, 2년 전 오늘의 기억을 불러낸 것은 이젠 더 이상 그 위용을 찾아볼 수 없게 된 'K방역'이 태동한 날이어서다. 적극적인 확진자 추적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이날 이후 우리 사회의 방역은 빠르게 위력을 발휘했다. 확진자를 찾아내(Test) 감염원을 추적(Trace)하고 치료(Treat)하는, '3T 전략'으로 요약되는 K방역. 코로나19 사태 발발 초기부터 시스템을 갖춘 덕에 우리는 인구 1,000만 명 이상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천천히 확진자 100만 명에 도달하는 발군의 성적을 거뒀다. "민주주의 국가가 코로나19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를 보여준 공인된 모델(미 애틀랜틱)"이라는 해외의 평가가 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오미크론 등장과 위드코로나 실패가 맞물린 지난해 말부터 K방역의 역설은 현실이 됐다. 19일부터 '추적'의 상징인 QR코드의 사용중지(방역패스 용도는 제외)로 K방역은 끝내 사실상 퇴장 수순에 돌입했다. 감염확산 초반부터 작동했던 K방역이 우리 사회의 집단면역 형성을 늦췄고, 백신접종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모범적인 방역이 오히려 지금의 급속한 감염 확산을 야기하게 됐다는 '불편한 역설'의 결과라는 말까지 나온다. 2년 동안 방역 일선에서 피땀 흘린 의료인들의 희생을 생각하면 땅을 칠 일이다.
물론 K방역의 퇴장은 단지 집단면역이 활성화되지 못해서만은 아니다. 우선 기능적 한계의 이유가 크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감염재생산지수는 최근 전국적으로 1.6을 상회한다. K방역이 빛을 발할 때와 비교하면 2배 수준이다. 하루 10만 명 이상 새로 확인되는 확진자의 감염고리를 모두 추적한다는 것은 타산이 맞지 않는다. 그리고 '치료'가 의미하는 바도 달라졌다. 신규 확진자(10만여 명)의 0.4% 정도(400여 명)만이 위중증 환자로 병상에 누워있는 만큼, 모든 환자의 치료에 공들이는 K방역의 전제는 변화가 불가피했다. 그렇다면 K방역은 그저 새로운 방역시스템으로 진화하는 과정에 놓였을 뿐이라고 볼 수 있다. '추적'을 포기한다고 해서 '치료'의 대상을 조정한다고 해서 K방역의 본질이 훼손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진짜 문제는 유행의 정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는 "중환자가 2,000명에 달할 것이며, 감당할 수 있다"는 장담을 하면서 방역수위를 내려 '포스트 K방역'의 향방을 종잡을 수 없게 해버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감염확산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데도 정부는 "정치 방역 비판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귀를 닫고 있다. 정부의 판단이 지금 어떤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최근 방역패스를 무시하는 식당에서 모임을 가져본 적이 있다면, 격리의무를 지키지 않는 확진자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면 충분히 체감했을 것이다. K방역이 퇴장이 아닌 실패로 향하는 길에 이미 올라선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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