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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환의 빗나간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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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가수 안치환씨가 최근 발표한 신곡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를 겨냥해 여러 뒷말이 나온다. 안씨는 정치 세태를 풍자한 가사를 쓴 것으로 보이지만, 뜬금없이 마이클 잭슨을 소환한 것이나 여성 외모를 대상으로 삼은 것 등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 노래 가사에는 ‘왜 그러는 거니, 뭘 꿈꾸는 거니’ 등 ‘거니’가 반복적으로 등장해 누가 봐도 김건희씨를 겨냥하고 있다. 후렴구에선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얼굴을 여러 번 바꾼 여인/이름도 여러 번 바꾼 여인/그런 사람 하나로 족해’라는 노랫말이 이어진다. 김씨의 개명과 성형 수술을 비꼬면서 마이클 잭슨과 닮았다고 한 까닭은 무엇일까. 추정하면 마이클 잭슨이 백인을 닮기 위해 성형 수술을 했다는 풍문과 김씨가 신분 상승을 위해 개명과 성형 수술을 했다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풍문을 연관시킨 것으로 보인다.
□ 마이클 잭슨의 피부가 하얗고 창백하게 변한 것을 두고 백인이 되고 싶어 피부를 표백하고 성형 수술을 했다는 소문이 퍼졌으나 이는 마이클 잭슨에 대해 대표적으로 잘못 알려진 루머다. 그는 희귀 피부질환인 ‘백반증’을 앓았기 때문에 피부가 탈색한 데다 치료 크림까지 발라 창백하게 보였을 뿐이다. 코 성형 수술을 한 것도 리허설 도중 사고 때문이었다고 한다. 물론 외모 콤플렉스로 성형 수술을 했다고 볼 수 있으나 그는 ‘백인이 되려던 성형 중독 괴물’이라는 음해성 풍문의 피해자였다.
□ 안씨의 신곡은 풍자가 아니라 저급한 풍문에 가깝다. 안씨는 1980년대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라는 명곡으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하지만 그때의 운동권 세대가 기득권이 된 지금, 안씨의 노래에서도 어떤 치열함을 찾아볼 수 없다. "풍자가 아니면 해탈"이라는 시인 김수영에게 풍자는 권력에 저항하는 절박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제 풍자는 기껏 성형 풍문을 소재로 대선 네거티브에 활용되는 수준으로 퇴락하고 만 셈이다. 안씨의 노래는 윤석열 후보의 정권교체 명분을 더 도와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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