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약 자료에 떡하니 '오또케' 표기...누리꾼들 "선 넘었네"

입력
2022.02.15 18:30
수정
2022.02.1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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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 사법제도 공약 참고 자료집에
여성 경찰 비하·조롱하는 '오또케' 표현 사용
국힘 "단어 삭제·책임자 해촉" 사과...비난 쇄도
"생각 없이 기입했나" "공문서에 장난치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사법제도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사법제도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사법제도 공약 참고자료집에 여성 경찰 비하 표현인 '오또케'가 표기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선을 넘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측은 15일 "자료에서 해당 단어를 삭제하고, 책임자를 즉시 해촉했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15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윤 후보 측이 전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을 담은 사법제도 공약 자료 일부를 발췌한 사진을 공유했다. 문제의 표현은 경찰 처우 개선 방안을 내놓은 공약에서 나온다. '경찰의 범죄 대처 능력에 대한 국민적 불신 증대'를 서술하면서 언급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법정책 공약자료집 중 일부. 여성 경찰을 비하하는 '오또케'라는 표현이 쓰여 논란이 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법정책 공약자료집 중 일부. 여성 경찰을 비하하는 '오또케'라는 표현이 쓰여 논란이 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자료집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인천 층간소음 살인사건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위 사건 발생 전에도 경찰관이 '오또케' 하면서 사건 현장에서 범죄를 외면했다는 비난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경찰이 범죄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범인으로부터 피습받아 다친 경우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내부 불만이 있음"이라고 설명했다.

'오또케'는 '어떡해'를 잘못 표기한 것으로, 여성 경찰이 범죄 진압현장에서 나서지 못하고 뒤로 물러서 있다는, 여성 경찰을 비하·조롱하는 표현이다. 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이른바 '여경 무용론'을 주장하며 쓰는 비속어다.

자료집에는 문맥상 전혀 이상이 없는데도 굳이 '오또케'라는 표현을 썼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과 윤 후보가 또다시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자료집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가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공약 발표인지 인터넷 커뮤니티 글인지..."

권영세(오른쪽)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원희룡 정책본부장. 오대근 기자

권영세(오른쪽)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원희룡 정책본부장. 오대근 기자

누리꾼들은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후보가 공식 공약자료집에 혐오 표현을 사용했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생활 정보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이게 대선 공약 발표인지 인터넷 커뮤니티 글인지..."(핑**)라며 혀를 찼다.

야당 지지층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야당 지지성향이 강한 스포츠 커뮤니티에는 "생각 없이 기입한 게 맞다"(서*****)거나 "공문서에 장난치지 말라"(틀*****) 등 국민의힘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비판했다.

또한 "오또케가 어떻게 여성 혐오 단어냐"는 반론도 나왔다. 그러나 "단어를 그냥 쓰는 건 문제가 안 되지만 공문서에 여경 관련 사건을 언급하면서 그 단어를 썼다는 건 공격받을 빌미를 준 것"(봉*)이라며 신중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에는 "이런 거 방어만 하고 있으면 우리에게 대미지만 쌓인다"(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이번 건은 선을 넘었다"며 회복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즉각 윤 후보 및 국민의힘 규탄에 나섰다. 추적단 '불꽃'의 박지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런 식의 조롱은 경찰의 범죄 대처 능력 증진에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쏘아붙였다. 이동학 최고위원도 "공당의 공식 문서에 혐오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걸 보니 실제 회의에서는 어느 정도 수위까지 얘기될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일자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은 이날 "사법개혁 보도참고자료 중 '오또케'라는 단어가 포함된 데 대해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자료에서 해당 단어를 삭제하고, 책임자를 즉시 해촉했다"고 밝혔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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