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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경의 무비시크릿] '민식앓이' 이끈 최민식, '선배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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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품격이란 이런 것일까. 배우 최민식의 남다른 배려가 후배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그를 향한 여타 배우들의 존경심은 결코 가식이 아니다. 선이 굵은 외모 때문에 다소 거칠게도 느껴지지만 알고 보면 강하늘이나 박보검 못지않은 '미담 자판기'다. 단, 그의 앞에서 직접 미담을 얘기하면 저지당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오랜 시간 한길을 걸어온 사람들은 연륜과 경력만큼 자기주장도 강한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중견배우가 후배에게 호통을 쳤다는 일화는 지금까지 종종 전해져왔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촬영장에서 선배가 너무 무서워 수없이 NG를 냈다는 신인 배우의 눈물 섞인 고백도 들은 적이 있다.
최민식은 지난 1989년 드라마 '야망의 세월'로 데뷔해 30년이 넘게 배우 생활을 해왔다. 그런데 그는 요즘 어린 배우들에게 더욱 환영받는 선배가 됐다. 비결이 뭘까.
5년 전 영화 '침묵'에서 이하늬 박신혜 류준열 이수경 등 젊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던 최민식. 자신과 연기를 하고 싶었다는 후배들의 들뜬 소감에 그는 멋쩍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오히려 "매력적인 아우들과 작업해서 기뻤다"며 공을 돌렸다.
당시 최민식은 후배들 칭찬을 하느라 바빴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꽤나 의미 있는 말로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현장에선 계급장 떼고 같이 놀아야 작품을 위해서도 좋아요. 제가 말을 안 하면 사람들이 어려워하거든요. 인상도 더럽고. 하하. 눈을 마주보고 대사를 주고받고 교감을 해야 하는데 (나이나 경력이) 뭐가 중요한가요? 이번 작품에서는 그들이 파도를 쳐 주면 저는 배를 띄우고 그냥 가면 됐어요. 누구 하나 물길을 막은 사람이 없죠."
그는 현장에서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살갑게 장난치며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최민식의 배려 덕분에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며 많은 배우들이 고마움을 표했다. 하지만 최민식은 "우리는 작품을 잘하자고 모인 거다. 동호회가 아니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며 "저는 아무래도 연식이 되다 보니까 후배들과 잘 어울리려고 노력을 하는 거다. 그러다 보니 장난도 치고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도 최민식은 자식뻘인 신인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15일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 김동휘와 조윤서는 따뜻하고 살가웠던 최민식의 매력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김동휘는 "인생의 멘토"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최민식은 자신의 촬영이 없는 날 김동휘의 첫 촬영을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직접 운전해서 전주까지 내려간 최민식의 모습에 김동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오셔서 여러 조언도 해주시고 정말 힘이 됐다. 먼저 다가와 주시고 장난도 쳐줬다"는 그의 말에 최민식은 "(전주)비빔밥이 생각나서 갔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몇 년 전, 곽도원 심은경 라미란 등과 호흡을 맞춘 '특별시민' 촬영 때도 그랬다. 촬영이 없는 날에도 최민식은 현장을 찾아 힘을 북돋았다. 당시 그는 "집에 있으면 뭐하나. 현장에 가면 밥도 주고 간식도 주니 좋다"고 농담하며 "연기는 전체적인 밸런스를 생각해야 한다. 서로 붙는 장면이 없는 배우들과도 연관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민식은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제작보고회에서 옆자리에 앉아있던 김동휘가 자신의 칭찬을 할 때마다 중간에 설치된 코로나19 확산 방지용 비말 가림막(아크릴판)을 두드리며 자제시켰다. 그의 제스처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박해준과 박병은 등 다른 배우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박해준은 "대본을 받고 요즘 흔하지 않은 대본이라서 재밌다고 생각했다. '침묵' 이후 (최민식) 선배님이 뭐 하시나 궁금해 '민식앓이'를 하고 있을 때였는데, 선배님이 출연하신다길래 너무 좋아서 출연을 결심했다. 작품 자체가 재밌고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칭송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웃음을 자아낸 최민식. 하지만 늘 그렇듯 연기에 있어서는 진지했다. 이번 작품에서 탈북한 천재 수학자를 연기한 그는 "이 인물이 학자로서의 나래를 펼치지 못하고 이데올로기와 정치적인 억압 속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련에 시련을 거듭한 천재 능력자의 모습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천재의 마음을 내가 어떻게 이해하겠나. 다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걸 못하게 됐을 때 그 안타까움은 이해가 되더라. 이학성이란 인물의 심리적인 부분을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시나리오를 보고 '굿 윌 헌팅'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는 최민식은 "그 영화를 볼 때마다 우리나라 학원 드라마도 학원에 국한되지 않고 세상이 표현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런 걸 늘 하고 싶었는데,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만나게 된 것"이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민식의 배려는 결국 완성도 높은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함이다. 실력이 없이 실없는 농담만 던지는 선배는 존중 받기 어렵다. 능력과 연륜에 편안한 매력까지 갖춘 최민식이 특별히 존경받는 이유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다음 달 9일 개봉한다. 수많은 작품에서 빈틈없는 연기로 관객들에 즐거움을 준 최민식의 새로운 도전이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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