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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이 필요한 시절, 마르크스 '자본'이 그 논의의 단초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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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본문의 글자 크기를 같게 한 이유는 과한 자극이 많아진 요즘 문화 속에서 '좀 싱거워도 맛있어'라는 일종의 선언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심우진)
"저는 글을 쓴 사람이지만, 어떻게 보면 디자인의 방식으로 '자본'을 쓰신 느낌이 있어요."(고병권)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수상작 '북클럽 자본'의 저자인 고병권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기획자인 선완규 천년의상상 대표, 남미은 편집자, 디자이너인 심우진 산돌연구소장은 서로에게 수상의 공을 돌렸다. 14일 오후 7시 화상(줌·Zoom)으로 열린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북콘서트에서다. 카를 마르크스의 대표 저작 '자본'을 해설한 12권 시리즈인 '북클럽 자본'의 2년 8개월간의 대장정에 함께한 이들이 "우리끼리 자화자찬 중"이라며 폭소를 터뜨리자, 온라인 관객은 "독자로서도 자랑스럽다"며 격려했다.
"어려운 프로젝트를 함께 겪어 내면서 친해졌다"는 이들은 강연이 진행된 90여 분간 시종 유쾌한 입담으로 관객에게 웃음을 안겼다. '북클럽 자본'은 출간, 강연, 온라인 펀딩, 동네 책방과의 협업을 통한 독서 모임 등을 결합한 새로운 출판 모델을 제시했다. 본문 폰트 등 기획 초기부터 디자인적 고민을 함께한 점도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첫 책의 출간은 2018년 8월. 구상 단계부터 따지면 이들의 첫 인연은 2016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저자의 '자본' 강독을 들은 선 대표가 강연을 책으로 내자고 제안했다. 고 연구원은 단행본이 아닌 시리즈로 내겠다는 선 대표의 말에 '남의 인생 함부로 갖다 쓰는 것 아닙니다'라고 문자를 보내 승낙 의사를 번복했던 일을 회상하며 "이 일에 2년 넘게 쏟아부었으니 군대를 다시 다녀온 셈"이라며 웃었다.
네 사람은 책이 저술 부문이 아닌 편집 부문에서 수상한 데도 의의를 뒀다. 고 연구원은 "지금 생각하면 창피한데 저자로서 기획·편집자·디자이너가 내 조력자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며 "이번에 우리가 받은 상이 기획과 편집, 디자인이라는 각 영역이 독자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명확하게 짚어줘, 곱씹을수록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클럽 자본'은 출간의 시작과 끝을 독자가 열고 닫은 책이다. 1권이 나오기도 전에 12권의 책과 12번의 강의를 패키지로 묶어 판매한 온라인 펀딩에 많은 독자가 참여했다. 12권까지 완간된 후에는 전국 동네책방에서 독서모임과 저자 강의가 진행됐다. 선 대표는 "어떻게 내가 그런 기획 아이디어를 떠올렸는지 지금도 신기하다"며 "같은 텍스트에 대해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또 이를 공유하는 모임의 존재가 우리 독서 생태계에 중요한 모티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북콘서트는 왜 현시점에 '자본'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저자의 제언으로 마무리됐다. 고 연구원은 "한번 잠깐 멈추고 우리 시대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것이 이 시리즈의 취지였다"고 운을 뗐다.
"역사상 어느 시대보다 풍족하다 못해 과잉 생산하는 시대지만 개개인은 가난하고 힘들죠. 또 기술이 계속 발전하는데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이 역시 이상하지 않나요? 이렇게 생산하는 것이 맞는지 일단 멈추고 생각해 봐야 한다고 봐요. 마침 마르크스라는 사람이 '자본'이라는 책을 써놨으니까 이걸 발제문 삼아 모여서 이야기하다 보면 최소한 자기 삶의 출구라도 조금씩 보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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