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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요소수 수급전과 베트남 실용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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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신뢰하지만, 장기 수출 가능 여부는 중앙정부가 판단할 영역이다.
지난해 연말, 한국을 혼란에 빠뜨린 요소수 부족 사태에 큰 도움을 준 베트남 A 화학그룹 회장의 입장은 단호했다. 현지 진출 한국기업과 10년 넘게 친분을 쌓은 그다. 그럼에도 한국과의 장기 공급 여부에 대해선 끝내 '중앙정부와의 대화'를 강조하며 선을 그었다.
베트남 정부 관계자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답변을 내놓았다. "지난해 한국과 3년 치 물량에 대한 '요소 공급 업무협약'을 맺지 않았나. 먼 미래에도 함께할 부분이 있을지는 잘 판단해 보자." 뒤끝이 개운치 않은 반응이다. 다만 그는 미안한 마음에 "베트남은 인민의 행복과 실용적 접근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짧은 힌트를 남겼다.
실용주의. 이 모호한 단어는 베트남의 현재를 집약해 설명한다. 중국, 프랑스, 미국과 전쟁 끝에 독립을 쟁취한 나라다. 그러나 증오를 찾기 힘들다. 오히려 상대국가의 유산을 자국화한 반미(베트남식 샌드위치) 등 변형 문화가 일상이다.
베트남 실용주의는 지금도 유효하다. 지난 12일 응우옌쑤언푹 국가주석이 신임 주베트남 미국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하면서 남긴 말이 대표적이다. 그는 미 대사에게 "전쟁의 기억을 극복하고, (베트남의) 무역과 (미국이 원하는) 지역 안보 증진을 위해 노력하자"고 했다. 자국에 투자하고 대미 수출을 늘려 달라, 그러면 아시아-태평양에 공을 들이는 미국에 더 협조하겠다는 취지다.
한국 정부는 지난 9일 방한한 부이타잉썬 베트남 외교부 장관에게 공을 들였다.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정의용 외교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까지 총출동해 요소수 수출 협력을 재차 요청했다. 그러나 베트남은 장기 공급 여부에 대해 아직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베트남이 가장 원하는 건 한국의 현지 중공업ㆍ정보통신(IT) 산업 추가 투자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퍼 줄 이유는 없지만, 실용주의로 접근하는 상대에겐 적절히 카드를 활용하는 게 정석이다. 경제안보 확보를 위해, 한국은 이제 친분 강조가 아닌 협상력 확보에 더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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