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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북한 도발, 역내 차원서 다뤄야"... '반중 연대'로 확장된 北 위협

입력
2022.02.14 00: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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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호놀룰루서 3국 외교장관 회담
北에 원론적 압박과 유화, '새 카드' 아직
'중국 견제' 美 인·태 전략 핵심적 주제로

정의용(왼쪽부터) 외교부 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이 12일 미국 하와이 아태안보연구소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3자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정의용(왼쪽부터) 외교부 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이 12일 미국 하와이 아태안보연구소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3자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국과 미국, 일본 3국 외교장관이 12일(현지시간)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계기로 2년 만에 의기투합했지만, 주인공 자리는 ‘중국 견제’가 차지했다. 세 나라는 대북 대응과 관련해 굳건한 공조를 재확인했으나, 미중 대립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미국이 맞닥뜨린 국제정세의 격변 속에 북한 이슈는 역내 갈등의 ‘종속 변수’로 자리 잡은 모습이 역력했다. 다만 한국이 제안한 대북 관여책에 미국이 관심을 두면서 얼어붙은 한반도 국면을 타개할 새 접근법이 언제 정체를 드러낼지 주목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은 이날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외교장관 회의를 마친 뒤 낸 공동성명을 통해 “3자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여러 지역 및 글로벌 안보ㆍ경제적 주요 사안에 협력과 공조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성명은 2017년 2월 독일 본 회담이 마지막이었다.

北 도발 계기 모이고도 방점은 '中 견제'에

그만큼 무게감은 컸지만 원래 회동 목적이었던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에 맞설 구체적 대응 방안은 도출되지 않았다. 공동성명엔 “북한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달성을 위해 협력한다” 등 원론적 ‘압박’ 메시지가 담겼다. “전제 조건 없이 북한과 만나겠다”는 서술 역시 기존 입장과 동일하다. 한국 이산가족 상봉의 중요성, 일본 납치자 문제의 신속한 해결 등의 대북 인권 언급도 지난해 4월 3국 안보실장 회동 등에서 이미 논의된 사안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3일 “한미 양자회담에서 상당히 진실된 논의가 있었고, 3자 회담도 절반 정도는 한반도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명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도 ‘알맹이’가 없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오히려 실질적 방점은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에 찍혔다. 성명엔 “한일 장관들은 미국이 (전날) 새로 발표한 인·태 전략을 환영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규범에 기반한 경제 질서 △기후위기 △핵심 공급망 등 사실상 모든 역내 이슈가 의제로 다뤄졌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의 도발이든, (중략) 규칙 기반의 질서를 저해하려는 역내 큰 국가들의 행동이든”이라는 표현을 썼다. 여기에 3국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란 문구도 담겼다. 대립 중인 중국ㆍ러시아를 겨냥해 ‘헤게모니 경쟁’의 연장선에서 북한 변수에 대처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 문제보다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된 지역 차원의 인·태 전략 합의”라고 평가했다.

한국이 제안한 새 '대북 관여책' 무엇?

조 바이든(왼쪽 사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워싱턴=AFP 연합뉴스·베이징=AP 뉴시스

조 바이든(왼쪽 사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워싱턴=AFP 연합뉴스·베이징=AP 뉴시스

우리가 기대를 걸 만한 부분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정 장관 등 외교 당국자들은 “지금은 말할 수 없지만, 구체적 대북 대화 재개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한 당국자는 “한미 양자 회담에서 우리가 몇 가지 방안을 제안했고 미측이 상당히 경청했다”고 설명했다. “적절한 계기에 세부 내용을 설명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아직 ‘실행 준비 단계’까지 가지 않은 새 대북 제안을 미국이 수용할 경우 3국 간 물밑 논의가 전개될 여지는 남아 있는 셈이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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