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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예바 도핑 의혹 보도한 기자들… "살해 협박받고 있다"

입력
2022.02.13 15:00
수정
2022.02.13 15:1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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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신상 공개·욕설 이어져
'당신 차(茶)에서 새로운 물질 나올 것' 독살 위협도
IOC "모두 평정 유지해라" 중재 나서
발리예바 싱글 출전 여부, 14일 CAS 결과에 달려

러시아 올림픽 위원회(ROC)의 피겨 스케이팅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가 12일 중국 베이징 피겨트레이닝홀에서 훈련하던 도중 숨을 고르고 있다. 베이징=뉴스1

러시아 올림픽 위원회(ROC)의 피겨 스케이팅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가 12일 중국 베이징 피겨트레이닝홀에서 훈련하던 도중 숨을 고르고 있다. 베이징=뉴스1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 중인 러시아 피겨 스타 카밀라 발리예바(15)의 도핑 의혹을 취재한 언론인들이 지속적인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독살 위협까지 가해지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나서 갈등을 진정시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올림픽 뉴스 전문 매체 '인사이드 더 게임스'의 덩컨 매카이, 마이클 패빗 기자는 최근 신변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심각한 협박을 당하고 있다. 이들은 앞서 9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시상식이 지연된 이유는 발리예바가 개막 전에 시행한 약물 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이틀 후 IOC는 발리예바의 도핑 위반이 사실이라고 공식 발표하며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측을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이에 따라 발리예바의 싱글 경기 출전 가능 여부는 14일 CAS의 긴급 청문회 결과에 달리게 됐다.

보도 후 매카이 기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심각한 욕설과 함께 살해 협박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네가 마시는 차에서 새로운 물질이 발견되면 너도 (도핑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될 것"이라고 독살을 암시하는 협박을 받았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2006년 11월 러시아의 반체제 인사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런던의 밀레니엄 호텔에서 방사성물질이 섞인 차를 마시고 사망한 사건이 매카이 기자를 대상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엄포였다. 지난해 유럽인권재판소는 리트비넨코 독살 사건이 러시아 정부의 소행이라고 최종 판결했다.

발리예바에게 도핑 의혹에 대해 질문한 기자도 협박과 괴롭힘에 시달리긴 마찬가지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지난 11일 훈련을 마치고 나오는 발리예바에게 자사 소속 기자가 '금지 약물을 복용했냐', '의혹이 사실이냐' 등을 묻자 러시아 기자들이 즉시 그를 둘러싸고 “질문이 15세짜리 아이에게 부적절하다”며 “우리 러시아 언론인들이 당신을 조각내버릴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후 사건이 러시아 언론에 보도되자 해당 기자는 온라인에서 신상이 공개됐고 러시아 네티즌 등으로부터 계속해서 공격을 받고 있다.

언론인을 향한 공격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IOC가 중재에 나섰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도핑 의혹과 관련해) 여러 주장들이 있지만 그게 폭력 협박으로 이어지는 건 납득할 수 없다"며 "상호 존중이라는 올림픽 가치를 지키며 모두 평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야후 스포츠에 밝혔다.

협박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 시민들은 온라인을 통해 해당 기자들을 지지하며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매카이 기자를 공격하는 트윗에 "협박을 멈추라"고 경고하며 기자에게는 "용기가 대단하다", "계속 진실을 보도해달라"는 응원을 보내고 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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