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미 핵잠수함 러시아 영해 침범해 쫓아냈다... 미국 "사실 아냐" 공방

입력
2022.02.13 14:46
수정
2022.02.1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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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국방부 "태평양 쿠릴열도 인근서 미 잠수함 축출"
최근 주일미대사 "일본 주권 인정" 발언한 지역
미 "정상적인 공해 운항" 부인

미국 해군의 버지니아급 공격형 핵잠수함 '텍사스함'이 지난 2017년 11월 9일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 해군의 버지니아급 공격형 핵잠수함 '텍사스함'이 지난 2017년 11월 9일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러시아가 미군 핵잠수함의 태평양 지역 러시아 영해 침범 여부를 놓고 미국과 공방을 벌였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 추진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서방의 군사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의외의 장소에서 미·러 간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군 태평양 함대가 쿠릴열도(캄차카 반도와 일본 홋카이도 사이 열도)의 우루프섬 인근 러시아 영해에서 훈련 중 미국의 핵 추진 공격용인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탐지해 쫓아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자국 구축함이 영해 수호 지침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하자 미군 잠수함이 빠르게 해당 장소를 이탈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 구축함이 미군 잠수함을 추격하며 압박하자, 미군 잠수함이 전속력으로 달아났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러시아군 태평양 함대는 미군 잠수함에 해수면 위로 즉시 부상할 것을 요구했으나, 미군 잠수함은 이를 무시했었다고 러시아 국방부는 주장했다.

러시아는 이 사건과 관련해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의 무관을 초치했다고 밝혔다. 일본 홋카이도섬 북쪽의 쿠릴 열도는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소련군에 의해 점령된 이후 러시아에 의해 통제돼왔다. 이에 러시아는 미국 대사관 무관에게 미군 핵잠수함 기동은 영해 침범이라며 엄중 항의한 것으로 보인다.

쿠릴열도와 관련해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은 최근 두드러진다. 특히 지난달 일본에 부임한 램 이매뉴얼 대사가 지난 7일 “일본의 북방영토의 날을 맞아 분명하게 전달하고 싶다. 미국은 북방영토 문제에서 일본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렸다. 더욱이 이매뉴얼 대사는 이 지역 4개 섬을 일본이 주장하는 “북방영토(Northern territories)”라고 칭하면서 “미국은 1950년대부터 분쟁이 있는 이 4개 섬에 대한 일본의 주권을 인정해 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러 갈등의 확대판인 셈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영해 침해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카일 레인스 미군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러시아 영해에서 미군이 작전을 수행했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미군 잠수함의 정확한 위치는 언급하지 않겠으나, 우리는 공해에서 안전하게 항해, 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군 선박과 항공기의 운행 원칙을 설명한 것이지만, 해당 잠수함이 기동하던 위치가 러시아 영해가 아닌 공해상이었다고 우회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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