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프랜차이즈 '물류 마진'… 헌재 공개 결정에도 공정위는 '깜깜'

입력
2022.02.15 15:00
9면
구독

[치킨 공화국의 속살]
'차액 가맹금' 가맹점에 알려야 하지만
지역 지사 통한 '제3자 물류형태 거래'도
업체들 공개 꺼려 통계에 제대로 안 잡혀

치킨의 필수 원재료인 신선육 모습. 프랜차이즈 본사는 닭고기 공급업체와 계약해 시중 판매가보다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이를 구매한다. 이후 물류 마진(차액가맹금)을 붙여 가맹점에 판매한다. 배우한 기자

치킨의 필수 원재료인 신선육 모습. 프랜차이즈 본사는 닭고기 공급업체와 계약해 시중 판매가보다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이를 구매한다. 이후 물류 마진(차액가맹금)을 붙여 가맹점에 판매한다. 배우한 기자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프랜차이즈 업계의 '물류 마진'에 해당하는 차액가맹금 정보를 공개하라는 취지로 결정했지만, 제대로 된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3자 물류형태 거래’로 생기는 차액가맹금은 집계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필수구입 품목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차액가맹금. 그래픽=김대훈 기자

필수구입 품목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차액가맹금. 그래픽=김대훈 기자

헌재는 프랜차이즈 업계가 제기한 ‘가맹사업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대한 위헌 소송을 지난해 11월 기각했다. 시행령의 골자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차액가맹금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점주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업계에선 공정위에 제출하는 차액가맹금 정보가 외부에 공개되면 본사 재산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했지만, 헌재 판단은 달랐다. 차액가맹금은 단순 거래를 통해 물품을 조달할 때 발생하는 유통이익이기 때문에 영업기밀이 아니라는 것이다.

“차액가맹금 공개하라 했지만... 사각지대 여전”

교촌 대표 메뉴인 '허니콤보' 모습. 교촌 가맹점들은 이 치킨에 들어가는 재료를 '본사'가 아닌 '지역지사'를 통해 구매한다. 교촌 홈페이지 캡처

교촌 대표 메뉴인 '허니콤보' 모습. 교촌 가맹점들은 이 치킨에 들어가는 재료를 '본사'가 아닌 '지역지사'를 통해 구매한다. 교촌 홈페이지 캡처

1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 교촌치킨 본사가 가져간 차액가맹금이 가맹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48%였으며 2019년에는 0.99%에 불과했다. 수치만 보면 업계 최저수준으로 본사는 가맹점주들과의 거래에서 유통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수치는 현행 차액가맹금 제도가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직거래만 집계하기 때문에 나온 측면이 있다.

교촌 본사는 점주들과 직거래하지 않고 ‘지역 지사’를 통해 거래한다. 본사가 지역 지사와 계약하면, 가맹점은 지사에서 원부자재를 구매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차액가맹금은 공정위에 신고된 수치보다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교촌 관계자는 “지역별로 가맹점 관리를 위한 지사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지사를 본사의 거래 상대방으로 두고 있다”며 “본사와 점주들이 직접 거래하는 비중은 낮다”고 말했다.

결국 교촌의 사례처럼 '본사→지역 지사→가맹점' 구조의 '제3자 물류형태 거래'에서도 차액가맹금 성격의 물류 마진은 존재하지만, 현 제도로는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된다. 김재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은 “차액가맹금을 공개하라는 취지는 본사가 물류 마진인 차액가맹금을 주된 수입으로 삼으면서 분쟁이 잦아지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영업비밀 해당할 수 있어" vs "인터넷 검색으로 나와"

공정거래위원회 가맹 사업 정보 제공 시스템에서는 각 프랜차이즈의 정보공개서를 열람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정보공개서에는 차액가맹금 항목이 비공개 처리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캡처

공정거래위원회 가맹 사업 정보 제공 시스템에서는 각 프랜차이즈의 정보공개서를 열람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정보공개서에는 차액가맹금 항목이 비공개 처리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캡처

공정위는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차액가맹금이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할 수 있어 외부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헌재 결정문에는 ‘차액가맹금은 영업비밀이 아니다’라고 못 박혀 있지 않다”며 “헌법소원까지 제기할 정도면 프랜차이즈 본사 입장에선 비밀스러운 정보라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차액가맹금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해 외부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차액가맹금 정보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차액가맹금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해 외부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차액가맹금 정보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공정위 설명과 달리, 차액가맹금 관련 정보는 구글에서 ‘정보공개서 비교 정보’로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이 되려면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소상공인보다는 업계 이익만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최승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가맹점 사업자(점주)가 수천 명에 이르면 비공지성이나 비밀 관리성이 유지될 가능성이 낮다”며 “점주들은 소비자 성격도 있기 때문에 차액가맹금은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차액가맹금이란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A사는 닭고기 회사로부터 닭 한 마리를 4,000원에 사온다. 소비자 판매 가격은 6,000원 정도지만 A사는 수천 개 가맹점에 매일 닭을 공급하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구매 파워’가 생긴다. A사는 닭 구매가를 최대한 낮춰 4,000원에 사들인 뒤, 이를 가맹점에 5,000원에 판다. 본사가 닭을 사들인 시점의 가격과 가맹점에 공급하는 가격 차이인 1,000원이 바로 ‘차액가맹금’이다. 필수품목 거래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물류 마진인 셈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사업의 본질은 유통과정에서 생기는 마진을 챙기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프랜차이즈업체 사업 구조는 ‘도소매 유통업’ 형태이다. 하지만 본사에서 가맹점이 필수로 구입해야 하는 ‘구입 강제 품목’에 폭리를 취해 과도한 차액가맹금을 챙긴다면 어떻게 될까. 본사 이윤은 극대화되겠지만, 그만큼 가맹점주와 소비자가 져야 하는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조소진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