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달걀 부족’ 극심...中, “동포가 내민 손 잡아라”

대만 ‘달걀 부족’ 극심... 中 “동포가 내민 손 잡아라”

입력
2022.02.13 11:00
수정
2022.02.13 11: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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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달걀 부족량 하루 최대 200만개
수입 늘려도 사태 수습에 최소 몇 개월
中, "동포들 언제든 돕겠다" 달콤 제안
후쿠시마 식품 수입 묶어 싸잡아 비난

대만 수도 타이베이의 마트에서 한 남성이 텅 빈 달걀 진열대를 바라보고 있다. 펑파이 캡처


대만이 극심한 ‘달걀 부족’ 사태에 처했다. 지난 설 명절 때 달걀을 구경도 못했다는 푸념이 줄을 이었다. 이에 중국이 틈을 파고들었다. ‘조국 통일’을 외치던 강경기조 대신 “대만 동포들을 언제든 돕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중국은 대만이 8일 일본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 금지를 11년 만에 해제하자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중국과의 공조 대열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반면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 대만의 혼란을 지켜보며 “달걀을 사러 갔다가 핵 물질에 오염된 음식을 먹을 판”이라고 내심 고소하다는 반응이다.

9일 대만 중스신원왕 등에 따르면 하루 달걀 부족량은 대만 전역에서 최대 200만 개에 달한다. 대만은 한때 양계농가들이 앞다퉈 사육량을 늘리면서 달걀 가격 하락을 걱정했다. 하지만 조류 인플루엔자에 12만여 마리 닭을 살처분했고 외국에서 들여오는 사료가격이 급등한 데다 기온까지 낮아지면서 달걀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대만은 2019년 달걀 파동 때 미국과 일본에서 140만 개의 달걀을 대량 수입한 전례가 있다. 이에 더해 호주로 수입선을 넓혀 최대한 물량을 확보할 방침이지만 현재의 심각한 수급 불균형은 일러도 3월 말은 돼야 완화될 전망이다.

달걀 수입만으로는 급한 불을 끄는 데 불과해 대만은 암탉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닭을 키워 5개월은 지나야 알을 낳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올여름까지 ‘달걀난’이 지속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기존 닭에 호르몬을 주입해 달걀 생산을 늘리는 방식은 대만 정부에 적잖은 부담이다. 대만 집권 민진당은 성장촉진제 락토파민을 함유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재개했다가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내줄 뻔했다. 야권과 시민단체가 소비자 건강을 해친다며 지난해 12월 국민투표에 부쳤는데, 당초 정부가 패할 것이라는 여론조사와 달리 부결되면서 차이잉원 총통은 기사회생했다.

대만의 한 시장 가판대에 '달걀이 없어요, 내일 오후에 다시 오세요'라고 적혀 있다. 펑파이 캡처


이에 사태 수습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대만 네티즌은 “100억 개 달걀을 생산할 기금을 조성하자”, “신분증 번호에 따라 홀짝제로 1인 1판씩만 구입하자”고 주장했다. 대만 농업위원회는 “양계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제과업체 등 달걀 소비의 ‘큰손’들이 물량을 선점한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대만 연합보는 “일부 상점에서는 달걀에 쌀을 끼워 팔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끼어들었다. 세계 최대 달걀 생산국으로, 전 세계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의 물량공세를 앞세웠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달걀 생산량은 3,409만 톤에 달했다. 특히 수급에 따라 달걀값 등락이 큰 대만과 달리 중국은 5년 전과 비교해도 가격 변동이 별로 없다.

이에 관영 궈지짜이셴은 11일 “중국과 대만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어 불과 한 시간 만에 운송이 가능하다”며 “대만 동포들의 요구와 대만의 긴급상황에 부응해 중국 본토는 언제든 도와줄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만 민진당 당국은 독립을 추구하며 양안 관계를 차단하고 얼어붙게 하는 이데올로기에 집착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대만이 코로나19 백신 부족에 시달릴 때도 민심이 들끓었지만 중국의 백신 지원 제안을 민진당은 정치적으로 모독하고 탄압했다”고 강변했다.

중국은 대만 정부의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 결정을 싸잡아 비난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중국청년망은 “대만인들은 먹고 싶은 것(달걀)은 먹지 못하고, 먹기 싫은 위험한 음식(후쿠시마산 농산물)은 억지로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만 정부의 잘못된 판단과 독단적 결정으로 인해 동포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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