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가 말한 "윤석열이 적폐청산으로 드러낸" 속내는 무엇일까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
"尹, 선거 이겼다고 판단... '집권 전략 짠다' 소문"
"여소야대 돌파하려 전 정권 인사 괴롭힐 것"
"사과 없으면 중도층 떠나 후폭풍 클 것"
"친문부동층 '내가 할 일 없냐' 전화 늘었다"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집권 시 적폐 수사 발언 등을 규탄하고 있다. 앞서 윤 후보는 9일 공개된 한 중앙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해야죠,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며 "문재인 정권에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도 법에 따라, 시스템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1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현 정부 적폐청산 수사' 발언을 두고 "저분이 대통령이 되시면 (국회가) 여소야대라 예산·법안이 잘 통과되지 않으면 여러 가지 수세에 몰릴 텐데, 그 문제를 돌파하기 위한 정치적 해법으로 전 정권의 인사들을 자꾸 수사해 괴롭혀서 정국의 이니셔티브를 놓치지 않겠다는 구상"이라고 주장했다.

우 본부장은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가 듣기로는 윤석열 후보 측이 선거 다 이겼다고 판단하고 벌써 집권 전략을 짜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윤 후보의) 속내가 드러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소문이라 100% 사실일지는 모르겠으나, 말하는 걸 보니까 저런 전략의 일환으로 말씀하시는 모양새구나라고 보는 것"이라며 "벌써 (집권을 예상해) 정국 운영의 한 방법으로 검토됐구나라고 느끼기 때문에 반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하에서도 혹시 범법 행위가 있으면 다음 정부의 권력기관이 봐줄 수 있겠나.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공개적으로 수사 운운하는 행위 자체는 그런 원칙론을 떠나서 정치적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9일 보도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처럼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건가'라는 물음에 "할 거다"라며 "현 정부에서 수사한 건 헌법 원칙에 따라 한 거고, 다음 정부가 자기들 비리·불법에 대해 수사하면 보복인가. 시스템에 따라 하는 거다"라고 답했다. 현 정권을 겨눈 듯한 이 발언에 문재인 대통령도 이례적으로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윤 후보의 사과를 촉구했다.

강경한 어조로 윤 후보를 비판한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두고 우 본부장은 "아마 상당히 충격을 받은 것 같다"며 "제가 꽤 오래 모신 그 기간을 볼 때 저렇게 격렬한 언어를 쓴 적이 없어 '굉장히 격노하셨구나'라고 느낄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원론적 수준이라는 국민의힘 반발이 더 괘씸"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와 함께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립준비청년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진행자가 '국민의힘에선 문제가 보이면 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을 정치 보복이라고 한다면 제 발 저린 거 아니냐고 했다'고 묻자 우 본부장은 "그 반발이 더 괘씸하다"고 답했다.

우 본부장은 "그것은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 해명"이라며 "보통 그렇게 물어보면 '수사는 검찰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알아서 하고, 제가 뭐라고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하는데 '해야죠. 해야죠. 돼야죠' 세 번이나 강조하고 한동훈 검사를 수사 책임자까지 지정한 이런 인터뷰가 어디 있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질문하는가를 다 알고 답변을 하는데 저런 인터뷰에 저런 답변이라니 정말 깜짝 놀랐다"라며 "정치 보복의 의도를 담은 인터뷰였다"고 재차 주장했다.

우 본부장은 윤 후보 발언의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그는 "(청와대와 민주당의 요구와 달리 윤 후보가) 사과하지 않으면 중도층까지 다 떠나갈 것"이라며 "사과하고 안 하고는 윤석열 후보 측의 판단에 따른 것이겠지만 사과하지 않는다면 그 후폭풍은 그쪽 진영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이번에 이재명 도저히 못 찍는다'고 안 돕던 분들이 요즘 계속 연락이 온다"며 "이건 문 대통령을 수사하겠다는 얘기이기에 문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 비록 이 후보가 좀 마땅치 않지만 그런 문제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굉장히 많이 연락이 왔다"고 했다. 또 "호남에서도 연락을 받았고 친문 성향의 의원이나 전현직 국회의원들에게도 '자기가 할 일이 없냐' 이렇게 적극적으로 문의해 온 분들이 많이 있었다"며 "보통 찾아가서 도와달라고 부탁하지 않으면 먼저 전화하는 경우는 없다. 이렇게 전화 오는 걸 보면 친문 부동층과 호남 일부 층이 상당히 위기의식을 느끼고 움직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권의 과민 반응은 친문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라는 국민의힘 주장에는 "결과적으로 그런 일이 벌어질 수는 있으나 윤석열 후보의 발언 자체가 워낙 충격적이어서 대통령의 대응이 나온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이 발언을 유도한 건 아니잖냐. 그런 측면에서 바로 다음 날 깔끔하게 사과하고 털고 넘어가면 될 것을 왜 이렇게 질질 끄는지 잘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김혜경씨 공식 사과는 이낙연 위원장이 제안해 이뤄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가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근 불거진 '과잉 의전' 등 논란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우 본부장은 자당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논란에 대해서는 "(김씨 논란으로 지지율에) 영향이 꽤 있었다"며 "설 지나서 지지율이 상승세로 돌고 있었는데 이 사건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일 김씨의 대국민 공개 사과는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이 제안했다"며 "상당히 심각하다고 판단해, 일부 사실이 아닌 게 있거나 억울한 게 있어도 '국민들에게 눈높이에 맞춰서 사과하자' 이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과 하루 만인 10일 김씨 집에 배달된 백숙·초밥 등 음식을 공무원 개인 카드로 선결제 후 업무로 쓴 것처럼 경기도 법인카드로 재결제했다는 제보자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추가 폭로가 나왔다. 이에 대해 우 본부장은 "해당 건에 건건이 사과하다 보면 선거를 못 치른다"며 "판단을 국민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