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김용균 사망' 원청 대표 무죄... 어머니 "너무 원통… 잔인한 선고"

입력
2022.02.10 19:00
10면
구독

재판부 "의무조치 위반으로 보기 어려워 죄 못 물어"
나머지 피고인 15명 징역·금고형 집행유예·벌금형
어머니 김미숙 이사장 "인정할 수 없다. 항소할 것"
김용균재단 "생명보다 이윤 중시하는 잔인한 선고"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10일 대전지법 서산지원 앞에서 관련자들에 대한 1심 선고공판 직후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용균재단 제공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10일 대전지법 서산지원 앞에서 관련자들에 대한 1심 선고공판 직후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용균재단 제공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 점검 중 사고로 숨진 김용균(당시 24세)씨 사망사고와 관련해, 원청사인 한국서부발전 대표에게 10일 무죄가 선고되자,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미숙씨는 이날 판결 직후 법원 앞에서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결과를 절대로 수긍하고 인정할 수 없다. 사람이 죽었으면 응당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왜 원청은 잘 몰랐다는 이유로 빠져나가고 집행유예만 받느냐"며 "항소해서 응징할 수 있도록 달려가겠다. 최후에 승소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김용균 재단도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너무나 분명한 증거들이 있음에도 여전히 재판부는 죽은 사람은 있는데 책임져야 할, 잘못한 사람은 없다고 판결했다"며 "오늘 선고는 노동자 안전과 생명보다는 이윤 추구가 우선이라는 것을 법원이 인정한 잔인한 선고"라고 밝혔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2단독 박상권 판사는 이날 업무상과실치사·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전 대표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지난해 12월 결심공판에서 김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박 판사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김병숙 전 대표에게 "한국서부발전 대표로서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하고, 고의로 방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박 판사는 그러면서 "김용균씨 사망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컨베이어벨트와 관련한 위험성이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과의 위탁용역 계약상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

박 판사는 다만 협력업체인 한국발전기술 백남호 전 대표에게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관계자 12명에게는 벌금형과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박 판사는 양벌 규정에 따라 한국서부발전에는 1,000만 원, 한국발전기술에는 1,500만 원의 벌금을 각각 선고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들이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누구보다 성실히 근무해 온 김씨가 참혹하게 숨진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고, 이로 인한 유족의 고통이 적지 않다"면서도 "피고인들의 각종 위반행위가 결합해 사고가 났지만, 초범이고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받은 적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판결 직후 방청석에선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실형을 받은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느냐"며 결과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용균씨는 한국서부발전 협력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로, 2018년 12월 11일 새벽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최두선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