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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사과 요구에 "정치보복 없다" 물러선 尹

입력
2022.02.11 04:30
27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재경전라북도민회 신년 인사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재경전라북도민회 신년 인사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 발언에 대해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한 달도 남지 않은 대선을 앞두고 침묵을 지켜왔던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를 정조준한 것이다.

자칫 현직 대통령의 대선 개입으로 비쳐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는 사안이지만, 윤 후보의 전날 발언이 선을 넘고 부적절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요구가 명분이 없는 게 아니다. 문 대통령은 세계 7대 통신사 합동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사례까지 거론하며 정치권이 분열과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선거 개입 시도라고 반발했으나, 이날 오후 윤 후보는 “저 윤석열 사전에 정치보복이라는 단어는 없다”며 청와대와의 정면충돌을 피했다. 윤 후보는 “문 대통령님과 저는 똑같은 생각”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도 보였다. 법과 원칙에 따른 사정과 당선되면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일반론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전날 공개된 인터뷰에서 윤 후보는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라며 혐의를 기정사실화했고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 여부에 대해 “해야죠”라며 수사를 예단했다. 비리 혐의가 나오면 수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전 정부를 적폐로 몰아 대대적인 기획 사정을 하겠다는 취지로 읽혀 ‘정치보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윤 후보나 국민의힘은 원칙론을 얘기하며 전날 발언을 주워 담는 모습이지만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증오의 정치를 활용할 소지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울러 윤 후보의 부적절한 발언이 오만한 검찰주의자의 습성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남은 기간에도 정치보복은 없으며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더욱 분명히 못 박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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