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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도감 제작,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꼭 필요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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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에 관한 한 사진은 표현에 한계가 있어요. 공기 중의 사물이라면 사진을 따라갈 수 없겠죠. 하지만 물속이라는 특성상 카메라가 정확히 물고기를 포착하기는 어렵습니다. 지느러미를 활짝 편 상태에서 지느러미 살에 가시 살의 수까지 다 맞혀야 하는데 사진으로는 알아보기 힘들거든요."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수상작인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의 조광현 화가는 '왜 사진 도감이 아닌 세밀화 도감이어야 하나'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는 김종현 편집자의 말에 이렇게 설명했다. 9일 오후 7시 화상(줌·zoom)으로 열린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북콘서트에서였다. 사진 도감과 세밀화 도감을 비교하는 자료 영상 위로 설명이 이어지자 온라인으로 참석한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관객은 채팅창에 ‘정말 작품이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소리 없는 탄성이었다.
‘대도감’은 우리 동식물 세밀화 도감을 꾸준히 출간해 온 보리출판사의 책으로, 기획에서 완성에 이르기까지 15년이 걸린 대작이다. 보통 책의 두 배 크기에 820쪽 분량으로 우리 바다에 사는 어류 528종을 담았다. 물고기의 진화, 생김새, 생태 등 바닷물고기 개론으로 시작해 최근의 분류학 기준에 따라 각 물고기의 특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전문가부터 어린이까지 볼 수 있도록 최신의 생태학적 발견까지 다루면서도 쉬운 용어를 사용해 편하게 읽을 수 있게 했다. 심사위원들이 김종현 편집자를 수상자로 선정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날 북콘서트에는 수상자인 김 편집자와 함께 15년간 호흡을 맞춰 온 조광현 화가가 함께했다. “제가 그림을 빨리 달라고 혼내기도 해서 화가 선생님과는 애증의 관계가 있는데 작업이 끝나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다”며 김 편집자가 농담하자, 조 화가는 “미운 정이 들었다”고 웃으며 받아쳤다.
‘대도감’은 2006년 보리출판사의 윤구병 대표가 조 화가에게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화가로서 습지와 해양 생태에 관심이 많아 갯벌 도감을 만드는 작업을 하던 중 윤 대표 눈에 띄어서 시작하게 됐죠. 3, 4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15년이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 바닷물고기는 민물고기와 달리 접하기가 어렵고 종 수에 비해 정보가 너무 부족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528종 중 제가 직접 본 건 300여 종인데요. 심해에 살거나 저 멀리서 가끔 회유해 오는 물고기는 최대한 자료를 많이 모아 그렸습니다.”
‘대도감’은 우리 가까이에 있는 미지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만나게 해 준다. “바닷 속이라고 하면 알록달록하고 아름다운 열대 바다를 많이들 생각하시지만 우리나라 바다는 그렇게 아주 예쁘고 아름답기보다는 거칠고 어둡고 물살도 좀 셉니다. 약간 무섭기도 하죠. 그런데 잘 보면 굉장히 서늘하면서도 특유의 아름다움이 있어요. 수중에서 스케치를 하다 보면 물고기들이 가까이 모여들어 장난도 치는데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듯한 특별한 경험도 많이 했습니다."
‘대도감’은 50년 가까이 바닷물고기를 연구한 명정구 박사의 글과 조 화가의 그림이 김 편집자와 만나 탄생했다. 쉬운 글로 쓰여 가볍게 볼 수도 있지만 전문적 내용을 담아 학문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김 편집자는 “명 박사님이 최신 연구 성과까지 넣어야 한다면서 그림도 정확하게 표현되도록 감수를 무척 꼼꼼하게 해 주셨다”고 했다.
도감은 전문적인 서적인 데다 오랜 제작기간과 큰 제작비가 소요돼 시장성이 떨어진다. 김 편집자는 “보통 도감을 완성하는 데 기본적으로 7, 8년이 걸리는 고된 작업이어서 출판사가 지속적으로 뜻을 갖고 만들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작업”이라고 했다. 더불어 윤구병 대표가 남긴 말을 인용하며 도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윤구병 선생님은 ‘인간에게 자연은 가장 큰 스승’이라면서 ‘우리나라에 사는 동식물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은 미래의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하셨어요. 자연으로부터 지혜를 배우고 우리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며 상생할 길을 찾아야 한다고도 하셨죠. 이런 이야기를 마음에 담고 도감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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