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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으로 번지는 '탄소중립' 갈등…대체육 vs 축산업계 전운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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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초 이마트의 20개 점포 축산 코너에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언리미트' 제품 4종이 진열됐다. 대체육이 처음으로 기존 축산물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유통가에서는 대형마트가 대체육을 가공식품이 아닌 소고기, 돼지고기 같은 하나의 육류로 받아들인 상징적인 장면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침입자'를 축산업계는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 대체육이 진열된 지 하루 만에 전국한우협회 등 26개 단체가 속한 축산관련단체협의회(이하 축단협)는 이마트에 "동물성 단백질이 전혀 함유되지 않은 식물성 식품을 소비자 선택권이라는 미명하에 축산 매대에서 판매하는 행위는 엄연한 소비자 인식 왜곡"이라고 항의하며 "축산대체식품을 축산 매대에서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냉동은 물론 냉장 대체육까지 종류를 늘리고 판매 점포도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던 이마트는 축단협의 반발에 움찔한 상태다. 이마트 관계자는 "채식과 식물성 식단을 지향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육류 쇼핑의 새로운 선택권을 제공하기 위해 대체육에 주목했다"며 "미국 등 채식문화가 발전하고 대체육이 정착된 나라에서도 축산 매장에서 판매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1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대체육은 요즘 식품업체들에 가장 뜨거운 화두다. 인구 증가로 인한 동물성 단백질 식량난의 해결책이자, 자원 소비와 환경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대안으로 최근 몇 년 새 대체육 시장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메티큘러스리서치는 지난해 4월 전 세계 대체육 시장이 연평균 9.5% 성장해 2025년에는 179억 달러(약 2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컨설팅업체 에이티커니도 전체 육류 시장에서 아직 1, 2%에 불과한 대체육 비중이 2025년 10%로 늘고 2040년에는 6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체육이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판단한 국내 유수의 식품기업들도 속속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CJ는 식물성 식품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론칭했고 풀무원도 식물성 대체육 개발에 착수했다. 신세계푸드의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로 만든 샌드위치는 스타벅스에서 판매 중이고 농심은 자체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을 활용해 오는 4월 비건 레스토랑을 연다.
국내에서도 대체육이 본격적으로 부상하자 '고기로 볼 수 있는가'를 놓고 논란도 커지고 있다. 대체육이란 명칭을 둘러싼 갈등부터 첨예하다. 축산 단체들은 고기가 아닌 합성물이라 대체 '육(肉)'이 아닌 '축산대체식품'으로 표기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소비자 혼동을 우려해 들어가지 않은 원재료를 제품명 등에 쓰지 못하게 한 식품위생법이 축산업계 주장의 근거다.
반면 시장 선점을 위해 전력투구 중인 식품업계는 답답함을 호소한다. 대체육 제품을 판매하는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축산업계 반발로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마케팅이 쉽지 않다"며 "동물을 도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동물복지'를 내세우기도 어렵고 대체육이 건강에 좋다는 홍보도 반대로 고기는 몸에 좋지 않다고 받아들일 수 있어 사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용어 갈등은 과거 낙농업계와 식품업계 간 '우유 논란'과도 닮았다. 귀리유 등 대체 우유 소비량이 크게 늘자 유럽연합(EU)은 2017년부터 식물성 대체 우유에 '우유(milk)'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국내에서도 낙농업계의 반발로 원재료로 우유를 사용하지 않거나, 제품 유형이 우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제품명 일부에 '우유'를 쓸 수 없다. 두유 정도가 예외다. 콩을 갈아 만들어 우유가 들어가지 않지만 워낙 오래전부터 두유란 명칭이 사용된 점이 감안됐다.
식품업계는 한시라도 빨리 명확한 기준과 관리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 국내에는 대체육에 대한 법적 기반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관계자는 "과거에 한 업체에서 문의가 들어와 '비건'이라는 표시를 할 경우에만 '식물성 대체육'으로 함께 표기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해 준 정도"라고 밝혔다.
특히 초기 단계인 세포 배양육은 '바닥'부터 관련 규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주형 식품안전정보원 정책연구실장은 "오랫동안 '콩고기'란 이름으로 섭취한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대체육은 기존 규정으로도 관리가 가능하지만, 새로운 기술로 실험실에서 탄생하는 세포 배양육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명칭부터 시작해 기준과 규정을 전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식약처는 대체육의 정의 및 기준, 원료 안전성을 평가하는 방법 등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해 식품안전정보원은 "대체육이란 명칭을 ‘육류대체식품’으로 총칭하고, 세부 분류를 식물성 대체육과 세포 배양육으로 구분하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대체육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해외에서도 육류에 대한 정의는 국가별로 다르다. 미국은 주별로 차이가 있는데, 소고기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텍사스주는 지난해 5월 육류(meat),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같은 용어를 '합성 또는 인공적인 방법으로 파생되지 않은, 살아 있던 소, 돼지, 닭 도체의 식용 부분'으로 정의하는 식품법을 통과시켰다. 대체육 제품 라벨에 '육류(meat)'라는 용어 사용을 금지한 것이다. 반면 EU 회원국에서는 식물성 대체육과 세포 배양육, 기존 육류 모두 '육류(meat)'란 명칭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축산업계는 탄소중립 정책을 위해 아직 무르익지도 않은 대체육 시장을 정부가 지원하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발표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는 2018년 농축수산업의 탄소 배출량 2,470만 톤을 2050년까지 1,540만 톤으로 줄이겠다는 목표가 담겼다.
실행 방안 중 하나로 정부는 '식생활 전환'을 들었다. 배양육, 식물성분 고기, 곤충원료 등 기술 개발 및 이용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기조 아래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 '2022년도 고부가가치식품기술개발사업 시행계획' 공고를 통해 발효유, 계란 대체 식물성 소재, 배양육 기술 개발 등에 5년간 94억7,000만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축단협은 이를 '축산말살책'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황재택 전국한우협회 전무는 "식물성 대체 식품, 곤충으로 만드는 대체 단백질 식품은 식감이나 맛이 부족해 소비자에게 큰 호응이 없다보니 고기와 유사한 맛을 내기 위해 화학 첨가물을 집어넣어 실험실에서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며 "식품의 안전성이 검증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이 분야를 지원한다면 축산업과 대체식품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은 없다"고 말했다. 세포 배양육에 대한 안전성 검증 전 과도한 홍보부터 이뤄지고 있어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대체육이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적게 배출한다는 일방적인 논리에 대해서도 축단협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황명철 전국한우협회 한우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소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약 15년 후면 사라지지만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약 1,000년간 지속된다"면서 "소는 옥수수뿐 아니라 식품 부산물 등 약 500가지의 사료를 먹고 도축돼 고기가 되는 자연순환 구조를 따르는 반면 세포 배양육은 실험실과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전기를 만드는 과정의 탄소 배출은 왜 고려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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